두산 4번 타자 김재환.(사진=연합뉴스)
영웅이 될 뻔했는데 아쉽게 한 뼘이 모자랐다. 그래도 4번 타자의 존재감을 보이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두산 주포 김재환(31)이다.
김재환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키움과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기회를 맞았다. 6 대 6으로 맞선 1사 1, 2루에 타석에들어섰다.
마운드의 상대는 키움 좌완 마무리 오주원. 김재환은 오주원의 2구째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걷어올렸다. 맞는 순간 담장을 넘어갈 것이 확실한 타구였다. 홈런이면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순간 잠실구장이 환호로 덮였다.
하지만 타구는 오른쪽 파울 폴대를 살짝 옆으로 스쳤다. 비디오 판독에도 파울 홈런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김재환은 볼넷을 골라내 1사 만루 기회를 이었다. 결국 오재일이 오주원의 초구를 때려 중월 적시타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김재환은 "아~, 내가 끝내기를 치는 줄 알았는데…"라며 웃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한 아쉬움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그만큼 김재환은 절실하다. 지난해 홈런(44개), 타점(133개) 타이틀에 이어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지만 올해는 15홈런 91타점으로 성적이 하락한 까닭이다. 가을야구에서 정규리그의 아쉬움을 털어보려 단단히 준비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를 알기에 팀에서도 김재환의 사기를 높이려고 애를 쓴다. 후배 이영하는 21일 KS 미디어데이에서 "김재환 형이 시리즈 MVP가 되면 좋겠다"며 힘을 불어넣었고, 김태형 감독도 1차전에 앞서 "김재환이 정규리그에서 못 친 것 쳐줘서 MVP가 되면 팀이 가장 좋은 모양새가 된다"고 거들었다.
일단 타격감은 괜찮다. 김재환은 1차전에서 4회 2사 2루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 주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이 됐지만 출발이 좋았다.
본인도 "컨디션이 괜찮다"며 남은 경기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과연 김재환이 두산 4번 타자의 자존심을 회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