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됐지만, 장단기 금리역전이 반드시 침체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임준혁 조사국 과장 등이 게재한 '미국·독일 장단기금리 역전 전후 실물지표 추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금리 역전 뒤 경기의 흐름에 국가별 차이가 나타났다.
미국과 독일은 금리역전 발생으로부터 일정 기간 뒤 경기수축기에 들었다. 미국은 1960년 이후 총 8번의 장단기 금리역전이 나타났고 이 가운데 1966년 사례 한번을 빼고는 경기수축 국면으로 진입했다. 독일에서는 1990년 통일 이후 발생한 2차례 금리역전 이후 수축국면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리역전 이후 대체로 침체를 겪은 미국에서는 '금리역전 뒤 경기침체'를 일종의 경험칙으로 인식한다. 반면 금리역전 이후에도 경기수축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금리역전이 없음에도 경기침체가 발생한 사례도 있어 일관성을 단언하기 어렵다.
영국은 1997년 금리역전 이후에는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던 반면, 2005년 금리역전 이후에는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진입해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1990년 초 금리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발생한 사례가 있기는 하나, 1997년 이후 4차례 경기수축기에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선행하지 않았다. 호주도 1990년 이후 7차례 경기수축기 중 장단기금리 역전이 발생한 사례는 2005년 한 차례에 불과하다.
미국·독일도 금리역전과 경기수축의 지속기간, 금리역전과 경기수축 사이의 시차, 침체 원인 등은 제각각이었다. 금리역전 양상도 미국은 10년물과 2년물, 10년물과 3월물 금리가 모두 역전됐지만, 독일은 10년물과 2년물 금리만 역전됐다.
연구팀은 "주요국 장단기금리 축소 및 역전은 미래의 경기둔화 우려가 반영된 측면이 있으나 최근 나타난 금리역전을 향후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주요국 사례에서 양자 관계가 일관되지 않은 점, 최근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 채권시장이 과거와 달리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과거사례를 단순히 적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금리역전 현상이 주요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금리역전 지속 여부 및 실물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