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YWCA 제공)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전히 여성은 출연 기회부터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외모를 품평 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예능 프로그램 속에 담긴 차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YWCA는 지난 15일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 방송의 18개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모니터링은 인터넷 동영상 조회 수 상위 18개 프로그램을 대상(방송통신위원회 방송 콘텐츠 가치정보 분석 시스템 기준)으로 지난 8월 1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다.
◇ 예능·오락 속 출연자 성비는 물론 역할에서도 男>女…최대 3배 차이보고서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 속 성비 불균형은 심각했다. 분석 결과 25개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속 출연자 전체 성비는 여성 29.5%(105명), 남성 70.5%(251명)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이 등장했다.
JTBC '아는 형님'은 모니터링 기간 남성이 17명, 여성이 1명 등장했고, '뭉쳐야 찬다'는 남성이 23명, 여성 0명, Mnet '쇼미더머니 8'은 남성 60명, 여성 3명이 등장해 극심한 성비 불균형을 보였다.
가장 극심한 차이를 보인 '뭉쳐야 찬다'와 '쇼미더머니 8'을 제외하더라도 성비는 여성 37.8%(102명), 남성 62.2%(168명)로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보였다.
서울YWCA는 "지금까지 힙합. 축구가 남성 중심적 영역이라고 해서 미디어가 문제의식 없이 이를 그대로 재현한다면, 축구와 힙합이 남성의 영역이라는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은 반복되고 특정 영역의 성별 분리를 강화하는 효과를 지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성별에 따른 역할에서도 예능을 이끄는 역할이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주 진행자의 경우 여성이 25%(6명), 남성이 75%(18명)로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고정 출연자의 경우 남성이 약 2.6배 더 많이 등장했다.
◇ 외모 평가·비하·조롱도 여전…예능 속 차별에 대한 진지한 고찰 필요출연 비중이나 역할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성차별적인 면이 여전했다. 모니터링 결과 성 평등적 내용은 5건, 성차별적 내용은 34건으로 성 평등적 내용보다 성차별적 내용이 약 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성차별적인 내용은 총 34건이며 외모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았고(21건, 61.8%) 뒤이어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조장(9건, 26.4%)하는 내용이 많았다.
가장 많이 지적된 사례인 '외모에 대한 평가' 부분에서 여성의 직업군에 따라 외모를 평가, 미화, 조롱, 비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모니터링 성별 직업군 분석에 따르면 가수, 배우, 개그맨 직업군의 출연자가 많았는데, 가수와 배우를 상대로는 외모 평가가, 개그맨을 상대로는 외모 비하 및 모욕이 발생했다.
몇 가지 사례 가운데 Mnet '쇼미더머니 8'에서는 심사위원 크루들이 다른 남성 크루들에게는 랩, 패션 스타일 등을 언급하며 팀 영입을 제안하는 반면 여성 크루인 윤훼이가 등장하자마자 '모뎉 같다', '빛이 난다', '예쁘다' 등의 외모와 관련된 칭찬이 이어졌다.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서 남성 아이돌 출연 시에는 외모보다 개인의 능력(노래, 춤, 개인기)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던 반면, 여자 아이돌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외모'와 연계돼 언급됐다. 서울YWCA는 "남성 배우와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외모 언급 및 평가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발생한다"며 "그러나 실제 외모 평가에 대한 성차별적 사례 총 21개 중 여성이 그 대상이 된 것은 14개, 남성은 7개로 그 차이가 분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인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발견된 성차별 사례 6건은 모두 얼굴과 체형 등 외모를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것을 유머의 핵심 코드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 서울YWCA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하지만 여성에게 젊음과 외모가 중요한 가치라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예능을 통해 지속적해서 강조될 때, 여성은 본인의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은 자리에서 실력보다 외모로 먼저 평가되고 언급되는 문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YWCA는 "타인의 외모에 대한 조롱, 미화, 평가는 유머가 아닌 차별"이라며 "외모를 평가, 미화, 조롱하는 발언은 재밌지도 않고, 재밌게 그려져서도 안 된다. 예능 프로그램 속 유머가 지닌 차별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