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이 열린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은 사실상 북한의 자발적인 무관중 경기로 열렸다.(사진=대한축구협회)
2년 전과는 달랐던 평양에서의 경기.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렀다.
1990년 남북 통일축구 이후 무려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과 북의 남자축구 평양 대결은 국내 중계진과 취재진, 응원단의 방북이 무산된 가운데 열렸다. 북한 방문을 위해 비자 발급을 요청했지만 북한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5만석 규모의 김일성경기장은 북한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유력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경기 당일 자국 응원단은 물론, 평양 주재 외신기자의 현장 취재도 막은 채 사실상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축구경기에서 무관중 경기는 징계 때나 나오는 특수한 상황이다. 사실상 북한은 29년 만에 열리는 평양에서의 남북 대결을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결과만 공개하기로 한 셈이다. 결과는 0대0 무승부.
이는 지난 2017년 4월 여자 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과도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윤덕여 감독이 이끌었던 여자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평양을 찾았다. 2년 전에도 TV중계는 없었지만 북한은 취재진의 방북은 허용했다. 당시 경기는 북한의 5만 관중이 경기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자리를 채우고 엄청난 응원전을 펼쳤다.
당시 경기에서 북한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한국도 후반 30분 극적인 동점골을 넣고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 평양을 방문했던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5만 관중이 순간적으로 아무런 응원도 하지 않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자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여줬던 여자 대표팀의 경기와 철저하게 비공개로 치러진 남자 대표팀 경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경기력이다.
2년 전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평양을 찾을 당시는 북한의 전력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섰다. 이 때문에 1대1 무승부는 힘든 원정에서 거둔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의 상황은 정반대다.
2019년 10월 현재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지만 북한은 113위로 열세다. 이 때문에 손흥민(토트넘) 등 세계적인 선수가 뛰는 한국이 승리하는 모습을 자국 응원단은 물론, TV중계로도 공개하기 싫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