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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불황에서도 비교적 잘 견뎌왔던 창원공단 내 기업들도 최근 공장가동을 속속 멈추고 있다.
창원공단 내 내로라 하는 굴지의 기업들도 전 세계를 뒤흔드는 불황에 잇따라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지엠대우는 25일 다음달 22일부터 8일동안 창원공장을 비롯한 부평 1공장과 군산 등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티즈 등 그나마 잘 팔리던 경차를 주로 생산하는 창원공장도 가동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비껴 갈 순 없었던 것. 창원공장의 경우, 8일간 휴업으로 5천6백여대를 감산하게 된다. 회사 측은 휴무기간 동안 생산직의 경우,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고, 사무직은 연차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조업이 중단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숨길 수 없었다.
세계적인 중장비 업체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세계 건설 경기 악화로 수주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난 달부터 소형과 중형 대형 라인 가운데 주문이 적은 기종을 중심으로 번갈아 생산을 멈추고 있고, 일부 직원들은 부분 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볼보기계 측은 원래 동절기는 비수기라며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생산량으로 따지면 10분의 1 수준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삼성테크윈 창원공장의 일부 생산라인도 가동을 멈추고 야간근무조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으며, 9월부터 창원공장의 잔업과 특근을 중단한 쌍용차는 다음 달에도 2주간의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의 조업 단축이나 중단은 1,2차 협력업체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다. 대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협력업체들도 할 수 없이 조업시간을 단축하고, 대기업 납품물량을 줄이고 있으며, 당장 가동이 중단되면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협력 업체들은 그야말로 손만 빨게 된다.
지엠대우 납품업체인 한 업체 대표는 "안 그래도 납품량이 줄어 잔업도 하지 않고 근근히 버텨왔는데, 가동이 중단되면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며, "가동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회사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회 이종길 부장은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지만, 가동 중단이 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납품 자체가 끊기면서 버틸 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에 도산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인력감축이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인력 감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경제불황이 개선되지 않고 내년 초를 넘겨 최악의 경우 3월까지도 가동 중단이 길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직원들은 인원 감축이나 비정규직 계약해지 등의 구조조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창원공단의 한 기업 관계자는 "창원공단은 다른 지역보다 경영여건이 좋았지만, 최근 공단내 대기업들 중 감산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는 곳이 더러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사실상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창원공단 전경(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