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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류학 창시자가 전하는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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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극단 연극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
"우린 벙어리지만 뭔가 얘기하고 싶은 벙어리"

유제니오 바르바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연극인류학의 창시자이자 연극계의 거장 유제니오 바르바(Eugenio Barba)가 한국을 찾았다. 은퇴를 앞두고 백발이 성성한 모습의 거장은 '전쟁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유제니오 바르바는 "55년 동안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전쟁과 사랑'이다"라며 "이번 작품은 전쟁 이후에 남는 내면의 깊은 상처와 사랑 안에 늘 존재하는 뜨거운 불을 그려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방한한 유제니오 바르바가 들고 온 작품은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이다. 2031년, 제3차 세계대전의 끝난 후 경제적 위기를 맞이한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유럽의 한 도시로 모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제니오 바르바는 "2031년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난민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처럼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지고 이산의 아픔을 겪는다"며 "이런 아픔과 고통과 한(恨) 그리고 잘못된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자신의 연출작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첸 지역의 난민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이야기와 유럽으로 떠났다가 소식이 끊긴 아버지를 찾는 16살의 콜롬비아 꼬마의 이야기를 다뤘다"며 "이 두가지의 전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굉장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4개 대륙, 11개 국가에서 모인 4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유제니오 바르바의 오딘극단은 다양한 국가의 구성원으로 구성된 만큼 공통된 언어가 없다.

이번 작품 역시 덴마크어, 스페인어, 영어, 루마니아어, 체첸어, 바스크어 등 6개국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한국어 해설이나 자막이 제공되지 않는다.

관객들은 오롯이 배우들의 몸짓과 음악에 기대 작품을 이해하고 느껴야 한다.

유제니오 바르바는 그럼에도 관객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관객들에게 언어가 아닌 연극적 언어와 대사를 뛰어넘는 동작으로 작품을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외국인들로 이뤄진 극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벙어리들도 이런식으로 표현하지 않나. 우리는 벙어리 배우들이다. 완전히 색다른 언어로 연극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55년 전에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5년이 지나고 부터는 도시 전체의 영감이 원천이 됐다"며 "그것은 우리가 재능이 많거나 위대한 예술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벙어리인데 뭔가 얘기하고 싶은 벙어리였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오딘극단의 배우 로베르타 카레리 역시 "우리 공연은 이성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인생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공연에 빨려들어가서 통찰적으로 감정적으로 이해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 (사진=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작품은 또 기발한 방법으로 구성됐다. 무대에서는 미망인의 이야기와 소년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져 각기 다른 몸짓과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관객들은 어느 한쪽을 골라 이에 집중해야 한다.

오딘극단의 다른 배우 줄리아 발리는 "관객들이 이런 복잡한 형태의 공연을 만나 어떤식으로 반응할 지 궁금하다"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제니오 바르바는 "오딘극단은 두 스토리를 서사적 구조로 보여준다.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방의 상황과 비슷하다"면서 "지금 우리가 우리 얘기를 하고 있지만, 공연장에서는 여러분들이 개인적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유제니오 바르바와 오딘극단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은 3~5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SPAF는 크로닉 라이프를 비롯, '카프카(Kafka)', '보더라인: 경계에서(Borderline)', '잊혀진 땅(Forgotten Land)' 등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을 찾는다. 축제는 3일부터 20일까지 18일 간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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