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김연경(엑자시바시)라는 에이스에 다양한 색까지 입힌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이제는 한 명에 의존하는 경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에 나서는 토털 배구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열린 2019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에 나섰던 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지난 5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시작으로 쉼 없이 달려온 여자배구 대표팀은 월드컵을 끝으로 2019년 국제대회 일정을 마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6승 5패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성적은 아니지만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세계랭킹 1위 세르비아와 4위 브라질을 꺾는 등 배구 강국과의 맞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탄탄한 전력을 보여줬다.
스테파노 라바라니 감독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맞춰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술적인 부분도 잘 됐다"고 평가했다.
라바리니 감독이 꼽은 최고 수확은 '김연경 의존증'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김연경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의 연속이었다. 김연경이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김연경이 막혔을 때 풀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은 한국의 약점이었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 역시 '김연경만 막으면 된다'는 작전을 꺼내 김연경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됐다.
하지만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의 공격은 분명히 달라졌다. 김희진(IBK기업은행)이 라이트에서 존재감을 높여갔고 이재영(흥국생명)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도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은 우리 팀의 최고의 보배이자 무기다. 하지만 김연경만 이용한 플레이에 의존한다면 우리 팀은 발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여러 선수를 기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연경에게만 공을 올리는 것이 한국 배구의 약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선수를 활용하고 있고 이러한 배분이 과거와 비교해 가장 나아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2019년 국제대회 일정은 마쳤지만 내년 1월 가장 중요한 무대가 남았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그 대회다.
아직 3개월이 남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벌써 대회 구상에 돌입했다. 그는 "어제 미팅을 통해 선수들에게 우선 회복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며 "이탈리아에 돌아가서도 선수들의 리그 경기를 챙겨볼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해왔던 프로젝트를 선수들에게 다 보낼 계획이다. 그래야 지금까지 해온 부분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