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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 구제역보다 두 배 이상 빨리 퍼져...다음주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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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 첫 열흘 3건 감염으로 시작해 전국 휩쓸어
ASF 첫 발생 이후 열흘새 9건 발생…초기 발생 속도 훨씬 빨라
구제역보다 전염속도 느리지만, 역학 농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방역 부담 커져

(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NOCUTBIZ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16일 첫 신고된 이후 초기 확산 속도가 사상 최악의 가축전염병으로 기록된 지난 2010년 구제역보다도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과 달리 예방백신, 치료약도 존재하지 않고 후유증도 상당해서 앞으로 피해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 가축전염병 역사상 최악의 피해를 가져왔던 축산 전염병 사태로는 '구제역 악몽'으로 불렸던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당시 구제역은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이듬해인 2011년 4월 말까지 202일 동안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을 휩쓸었다.

이렇게 구제역이 번진 지역은 11개 시도 75개 시군에 달했고, 돼지 331만 마리와 소 15만 마리를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총 약 348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그런데 이 때 초기 10일 동안 구제역 증상은 안동과 영덕, 의성 등 인접지역에서 겨우 3건만 발생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후 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되다 경기도로 번지면서 감염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두 번째 참사로 기록된 지난 2014~2015년 구제역의 경우도 상황이 비슷하다.

2014년 12월 3일 충북 진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초기 10일 동안 인근지역에서 4건이 발생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4월까지 구제역 발생 사례는 전국 7개 시도 33개 시군에 걸쳐 185건으로 급속히 늘어났고, 그 결과 196개 농장의 가축 약 17만 3000 마리가 살처분됐다.

27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가

 

그런데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초기 발생 현황은 위의 구제역의 전파속도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른 편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 농장에서 첫 신고된 이후 초기 10일이 흐른 지난 26일을 기준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9건에 달한다.

애초 바람을 타고 수km를 지나서도 감염이 이뤄지는 구제역과 달리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직접 접촉 혹은 근거리 비말 감염을 통해서만 전파되기 때문에 전파속도가 훨씬 느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초기 10일 동안 전파 속도만 놓고 보면 과거 구제역에 비해 2~3배 이상 빠른 셈이다.

아직 사태 초기인만큼, 방역망 자체에 헛점이 있어 계속 병이 퍼진 것이 아니라 파주의 첫 발생 시점 이전에 이미 여러 농가가 감염됐다가 잠복기가 지나면서 우후죽순처럼 증상이 발현됐을 수도 있다.

생석회 포대를 싣고 온 차량이 도착하자 소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선희 기자)

 

문제는 역대 국내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의 피해 농가 중 7~80%는 이미 감염된 농가에서 사람과 차량 등을 매개체로 바이러스가 수평전파됐다는 점이다.

위의 두 구제역 사태들도 초기 10일 가량이 지난 이후 갑자기 빠르게 확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초기 확산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역학 관계가 있는 농가나 사람, 차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방역당국이 추적·대처하기도 어려워 2차 감염 가능성도 덩달아 크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 9곳 중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 외따로 있는 7차 농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농장들은 모두 서로 간에 차량이 직간접적으로 오갔던 역학 관계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아직은 해당 차량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한 요인으로 확정할 수 없지만, 수평전파의 위험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9곳의 발생 농장과 방역대 및 역학 관계에 따라 예찰 검사 대상에 오른 농가는 무려 1220호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전화예찰 등을 거쳐 이상없다고 판단됐지만, 발생 농가 중 상당수는 혈액을 채취하는 정밀검사까지 거쳐 음성 판정을 받고도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여전히 안심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과 달리 백신이 없는 '불치병'이다.

이는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다는 얘기로, 일단 발생 농가가 나타나면 살처분 등을 통해 인근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도록 막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처법이 없다.

이런 가운데 돼지열병의 바이러스 잠복기는 4~19일을 감안하면 첫 발생 이후 보름이 지난 다음 주 일주일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만약 잠복기인 19일이 지난 뒤에도 발생 농가가 나타난다면 방역망을 뚫고 수평전파가 이뤄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충남대 서상희 수의학과 교수는 "첫 농장에서 통제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전파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번 바이러스는 처음 국내에 들어와 확산될 소지가 높기 때문에 당국이 대담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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