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문제 해결을 위한 수습안이 교단에서 통과되면서, 사실상 명성교회의 세습을 허용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너진 한국교회의 신뢰를 쌓겠다던 교단 새 임원들의 기대와 달리, 교회와 사회의 더 큰 불신과 비판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세습 반대’ 명성교회 교인들 분노 “이제 교회 떠나야하나..”“제 살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을 하듯이 법을 어긴 명성교회를 바르게 처리했다면, 그동안 비판해온 사회에서도 ‘아 한국교회가 아직 살아있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이제 누가 한국교회를 믿을 수 있겠어요. 게다가 예장통합이라는 장자교단이에서 그것도 교회 지도자들이 모여서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는데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예장통합총회가 ‘명성교회 수습안’을 발표한 지난 26일, 명성교회에 출석하는 한 교인의 말이다. 대화의 말미에 그는 이같이 덧붙였다.
“이제는 교회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세습을 반대하는 명성교회 교인들은 분노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법적 근거도 없고, 내부 조항간 서로 충돌되는 이 수습안은 존재 자체가 모순이며, 향후 교단에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왜 명성교회만 세습해도 되느냐 되물었다. “힘있고 돈있는 교회는 교단헌법도 초월한다는 극단적 우상숭배의 추악한 행위”고 밖에 이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는 거다.
교인들은 법적 소송도 거론했다. “총대들에게는 소송 등 이의제기를 할 수 없게 해놨지만 교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면서, “이번 수습안에 법적 효력이 없음을 빠른 시일내에 사회법을 통해 이의제기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려하는 것은 2021년 1월 1일 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재청빙할 때다. “공동의회를 하지 않고 담임을 세우려고 시도하는 명백한 교인의 권리침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에는 사회법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실상 세습 허용...교단헌법에 위배”목회세습에 반대해온 여러 단체들 역시 ‘명성교회 수습안’은 교단헌법을 위배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이번 예장통합 정기총회는 명성교회의 불법세습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오히려 총회가 명성교회의 불법세습을 묵인하고 교회들이 세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비판했다.
보여주는 화해에 집착하고 대형교회는 살려줘야 한다는 어리석은 마음이 초래한 결과라는 거다.
기독법률가회도 성명을 통해 명성교회의 세습을 용인한 이번 결정은 교단의 헌법은 물론 세상의 상식도 무시하는 결정이라면서, 재심판결 이후 한국교회에 남은 희망의 불씨를 짓이겨 꺼버리는 결정에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학교 학생들과 교수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장신대 학생들은 연대성명에서 수습위원 구성에서부터 제시된 수습안의 내용, 토론 없는 표결 등 모든 과정이 공정했는가를 물으며, 총회의 이번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신대 교수들도 세습문제는 타협이나 수습이 아닌 교회의 거룩성과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는 일이라면서 세습 찬반세력을 화해와 중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은 초헌법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교계원로들은 신사참배의 부끄러운 결의가 또 다시 가결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김동호 목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교단이 정한 법을 어기기로 결정했다며,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또 다른 큰 수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목사도 신사참배 결의 이후 가장 수치스런 일이라면서 이 교단에 소속된 목사라는 것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정기총회 시작부터 교회의 신뢰회복을 강조한 예장통합총회.
김태영 총회장은 지난 23일 정기총회 개회예배에서 “사회에서 이름값을 하고 건재할 수 있는 자본은 은금과 지식이 아니라 신뢰이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그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수습안을 발표할 때에도 “더 이상 부정적인 뉴스가 생산되지 않도록 하자. 한국교회가 어디까지 내려가야 정신차리겠나”라며 교단 안의 갈등을 정리함으로써, 사회적 비판에서 벗어나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교계는 물론 사회적 여론은 '사실상 세습을 허용했다'는 반응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번 ‘명성교회 수습안’이 신임 총회장의 기대처럼 진정 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