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 예정인 영화 '양자물리학' (사진=㈜엠씨엠씨 제공)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이 포스터에 '약은 약사에게 마약 수사는 클럽 사장에게'라고 쓰인 포스터를 공개했을 때, 묻히려는 마약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클럽 사장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걸 알았을 때 의문이 들었다. 범죄물에서 마약 사건을 다룰 순 있는데, 왜 클럽 사장이 해결사로 나서야 할까? 아쉽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답은 찾지 못했다.
'양자물리학'은 고위층 자제와 연예인들이 뒤섞인 마약 파티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을 밝히려는 클럽 사장 이찬우(박해수 분)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이찬우는 MCMC(Money Come Money Come)라는, 젊은 층에게는 가장 핫하고 힙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이들이 고급 인맥을 쌓는 사교 자리가 되는 클럽을 개장할 생각에 들떠 있다.
명석한 두뇌와 카리스마를 갖추고, A급 인사들을 고객으로 모시는 성은영(서예지 분)을 파트너로 모셔 MCMC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이찬우는 우연히 마약 파티를 목격하고, 그 후부터 일이 꼬인다. 가장 인기 있는 가수의 마약 복용으로 시작했으나, 알고 보니 정·재계를 주무르는 거물의 자식이 끼어 있었다는 설정이다.
영화는 템포가 빨라서 지루하지는 않다. 다만 전형적이다. 기존 영화에서 봤을 법한 인물과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올해 요란하게 존재감을 뽐냈던 '버닝썬 사건'을 이미 현실로 맞닥뜨린 만큼, 단순한 허구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장면 장면이 자꾸만 현실과 겹쳐지는 경험을 한다.
술집을 운영하면서 지저분한 수는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 덮으려는 사건을 겁먹지 않고 달려들어 해결하는 주인공. 그가 클럽 사장이라는 중요한 설정이 자꾸만 어긋나게 느껴지는 이유다.
거기다 감옥살이까지 감수하면서도 끝끝내 뚝심 있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나온다. 임팩트를 중시하긴 하지만, 언론의 힘을 활용해 진실 찾기에 도움을 주려는 편집국장도 나온다. 결국에는 이찬우의 편이 되어주는 성은영의 행보도 '정의로움'에 바탕을 둔다. 공익을 위한 선택을 하는 등장인물을 보면, 진짜 저런 사람들이 있어서 현실의 사건이 해결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영화와 '양자물리학'이라는 제목이 찰떡같이 붙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왜 이 영화 제목이 '양자물리학'인지를 설득하기 위해서인 듯, 이찬우는 끊임없이 말한다. 양자물리학의 효과가 무엇인지. 왜 이걸 강조하는지. 서로 파동이 맞는 사람끼리 뭉치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면, 굳이 양자물리학이라는 개념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
엄청난 양의 대사를 소화하고도 그게 '대사를 친다'는 게 아니라 정말 수다스러운 사람을 보는 느낌을 주는 박해수는 이찬우 역에 잘 어우러졌다. 강약약강으로 비굴함과 비열함을 보여준 양윤식 검사 역의 이창훈 연기가 눈에 띈다.
25일 개봉, 상영시간 119분 58초,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