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목회세습과 관련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했다.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머리를 숙였다.
예장통합총회 교단지인 한국기독공보에 따르면 감삼환 목사는 ‘제104회 총회장님과 총대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교계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지 못했다. 한국교회에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김삼환 목사는 또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104회 총회가 더 이상 혼란없이 은혜와 화합과 발전의 총회가 되도록 엎드려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예장통합총회 제 104회 정기총회를 하루 앞둔 22일자로 발표됐다. 통합총회는 내일(23일) 포항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목회세습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과거 새벽기도 설교를 통해 목회세습을 비판한 세력을 마귀에 비유하며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삼환 원로목사의 이번 사과문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심판결을 수용하고 따르겠다는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아들 김하나 목사 청빙은 “102회 총회에 보고된 헌법위원회 해석을 근거로 당회와 공동의회, 노회의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밝혀, 여전히 법적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명성교회불법세습총대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아들 김하나 목사의 거취에 대한 언급도 없고, 동남노회가 재심을 수용해 재재심을 안한다는 내용도 없는, 생색내기용 사과에 불과”하다면서, “명성교회 당회도 아닌 원로목사가 이런 사과문을 내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교회의 입장으로 볼 수 없다는 거다.
더욱이 김삼환 원로목사의 사과문 발표 일주일 전 명성교회 측은 총대들에게 재심은 불법이며, 청빙과정은 적법하게 진행된 것임을 알리는 문서를 배포했다. 심지어 겉표지를 총회 회의록과 유사하게 만들어 일부 총대는 “처음에는 총회에서 보낸 문건인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동남노회 비상대책위원회 김수원 목사는 “교회의 공식라인으로는 세습판결을 거부하면서 원로목사는 사과 성명을 내는 것은 총대들의 마음을 얻어 ‘5년 이후 세습 가능’한 법시행령을 만들기 위한 절차의 일부분으로 보일 뿐”라며 “명성교회가 진정한 사과를 한다면, 이번 총회에서는 목회세습은 불가하다는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