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의 북상으로 주말새 아프리카돼지열병(ASF)방역망에 헛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파주에서 의심 농가 2곳이 발생하면서 촉각을 곤두새웠던 방역당국은 21일 새벽 1시쯤 2곳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SF 발생 농가는 기존의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 농장과 연천군 백학면 농장 등 2곳 뿐이다.
다만 이번 의심 농가들은 연천군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로 설정한 예찰 지역에 있어 방역 당국의 이동제한조치 및 전수 검사 대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제공)
다행히 우려했던 ASF 확산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말 방역망에는 또 다른 근심거리가 찾아오고 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중형급 태풍인 '타파'가 폭우와 강풍을 동반하면서 21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전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태풍이 동반한 강풍으로 축사 지붕이나 농장 주변의 울타리 등이 파손된다면 맷돼지 등 ASF 바이러스 매개체로 의심되는 야생동물이 접근하기 쉬워진다.
폭우가 내리면서 농장 진출입로, 농장과 축사 주변 등에 소독을 위해 도포한 생석회가 씻겨내려간다면 방역망에 헛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ASF 바이러스가 '물'을 타고 확산될 가능성이다.
애초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확진 농가들의 ASF 감염 경로를 놓고도, 임진강을 통한 북한발 감염 시나리오도 유력한 용의자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앞서 ASF 발생했던 북한으로부터 바이러스 매개체가 떠내려와 농장 주변이 오염됐을 수 있다는 가설이다.
또 방역당국이 돼지를 살처분한 매몰지에 폭우가 내리면 침출수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가운데 만약 태풍 '타파'로 인근 농장들이 침수 피해라도 입는다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A 양돈농장 앞. (사진=고태현 기자)
이에 따라 농식품부도 바람과 비에 의한 ASF 방역 취약요인을 사전 점검하고, 태풍 전후로 나누어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이달 초 한반도를 지나간 제13호 태풍 '링링'에 비해 풍속이 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강수량도 경기 북부 지역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다만 비, 바람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사전에 시설을 점검하고, 태풍이 지나가면 대대적으로 소독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방역당국은 방역망 안의 농장들에게 사전에 생석회 등 소독약품을 충분히 구비토록 하고, 태풍이 지나는 동안은 축사 내부를 집중 소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매몰지의 경우 유실 여부, 배수로 정비 상태 및 토양 균열 여부 등을 재차 확인하는 한편 비닐 등을 동원해 매몰지를 정비하고 있다.
바람에 의한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바람에 날리기 쉬운 장비는 실내로 이동시키고 지붕과 울타리 등은 결박하거나 땅에 단단히 고정하도록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태풍이 지난 뒤에는 농장 진출입로와 농장 주변에 생석회를 재도포하고, 축사 내외부와 농장 내 보관 중인 농기계, 차량 등을 집중 소독할 계획이다.
또 강풍에 쓰러지거나 훼손된 울타리, 축사 지붕‧벽, 매몰지 등에도 긴급 복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