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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취재 경쟁…ASF 방역망 숨은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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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농장 바로 옆 돼지농장에 차량 주차
출입 통제선 내 거주 주민 상대로 취재도
취재 욕심이 자칫 ASF 방역망 균열 초래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취재진의 경각심 없는 행동이 방역망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원이 물품을 소독하는 모습을 취재진이 촬영하는 모습. (사진=고태현 기자)

 

◇몰려드는 취재진…비좁은 주차공간

지난 16일 오후 6시쯤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양돈농가에서 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의 신고에 따라 방역당국은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벌였고, 다음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ASF가 발병했다는 소식에 많은 취재진이 현장으로 몰려들었고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펜, 사진, 영상 등 기자들이 긴박한 현장 상황을 담기에 분주했고, 늦은 시간까지 현장을 지키며 취재를 이어갔다.

다음날 파주 양돈농가에서 50㎞ 떨어진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의 돼지농장에서 또다시 ASF가 발생했다. 이른 아침부터 국내 언론은 다시 이곳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파주 양돈농가에 이어 ASF가 발생한 연천 양돈농가 역시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다. 그러나 파주와 달리 연천의 경우 진출입로가 제한적이고 비좁았다.

때문에 몰려드는 취재차량으로 주차공간은 부족할 수 없었고, 뒤늦게 도착한 취재차량은 현장과 가까운 공터를 찾아 헤맸다.

ASF 발생 농가 주변 공터는 취재차량이 점령했고, 이마저도 찾지 못한 다른 취재차량은 발생 농가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한 뒤 현장으로 달려왔다.

각 언론사별로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통제선에 관계자, 중장비 등이 들어서면 기자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고, 대화 내용에 귀를 쫑긋 세웠다.

지난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ASF)이 발생한 양돈농가에서 200여m 떨어진 다른 돼지농장 옆으로 취재차량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고태현 기자)

 

◇'취재 도미노'…출입 통제선 붕괴

그런데 현장에서는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방역요원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일부 취재진의 경솔한 행동으로 ASF 방역망에 균열을 초래할 있는 문제도 노출됐다.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통제선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한 기자가 진출입로가 아닌 산길을 따라 통제선 내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을 상대로 취재를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기자들도 산길을 따라 주민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 과열로 도미노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발생 농가와 200여m 떨어진 돼지농장 바로 옆에 취재차량이 주차된 것도 문제다.

산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위치한 해당 농장의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진들은 장비를 들고 이 산길을 오갔다.

방역당국은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해 모든 양돈농장과 관련 시설 등에는 차량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현장에 나온 수의과학검역원 눈에 띄었고, 검역원은 즉시 방역요원에게 내용을 설명했지만 부족한 인력으로 통제는 이뤄지지 못했다.

방역당국은 취재진이 현장에서 철수한 오후가 돼서 통제선을 확장할 수 있었고, 비로소 인근 양돈농가의 출입 통제가 가능해졌다.

때문에 일부 취재진의 경각심 없는 행동이 자칫 ASF 확산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가축질병 확산 방지가 우선인 상황에서 현장에 나간 취재진부터 위기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방역관계자는 "주민들도 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만큼 언론에서도 통제에 협조해 주시길 당부한다"면서 "필요한 내용은 언제든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언론사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파주에서 사전 승인 없이 드론(무인기)를 띄워 촬영한 사진을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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