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잘 쓰면 藥 못 쓰면 毒인 '드론'…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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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불이 나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 날아다니는 드론을 어떻게 봐야 할까?

농민을 대신해 농약을 뿌려주고 물건 운반용이나 고공 촬영용으로 쓰이는 드론이 인명 살상용 흉기로 변하기 일보 직전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죄성을 타고나는 존재여서 그런지, 그 어떤 발명품도 인간 세상을 이롭게 사용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세상을 파괴하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무인기인 드론은 인간이 접근이 어려운 곳의 정찰과 사진 촬영을 위해 개발돼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귀중한 장비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문명의 이기인 드론을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임을 우리는 여실히 목도하고 있다.

지난 14일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석유시설과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아 폭파됐다.

사우디 유전의 절반 정도가 파괴됐고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되는 규모여서 세계 유가를 폭등시켰다.

사우디의 유전 폭파는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드론이 사우디의 유전 폭파에 사용되리라는 것은 상상의 범위를 넘는 일이다.

드론이 국가의 주요 시설 폭격용으로 사용되면서 드론의 군사 무기화에 대한 경계심과 대비가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드론 공격이 남의 일이 아니라 촌각의 문제가 되고 있다.

북한이 정찰용 무인기를 수차례 남쪽 상공에 침투시켰지만 우린 속수무책이었다.

우리 군 당국은 무인기의 동력이 저하되면서 스스로 육상에 추락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북한에서 날린 무인정찰기가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사진을 10여장 촬영한 뒤 북으로 돌아가다 강원도 인제에서 추락했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북한의 무인정찰기가 파주와 삼척, 백령도 등지에서 발견됐으며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에서는 청와대를 포함한 수도권 핵심 시설의 사진이 나왔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해 NLL 인근에서 훈련하고 무인기로 확인까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레이더로는 날개 길이가 3m 이하의 드론을 탐지하기 어려워 만약 북한이 드론 공격을 감행한다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군사용 무인기는 미래 전쟁과 첨단무기의 가장 중요한 축의 하나다.

특히 드론에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하면 소형 순항 미사일과 같은 원리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대량 살상무기가 될 수 있다.

드론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드론 주파수를 무력화하는 방식의 이스라엘제 드론 테러 방어용 탐지레이더만 믿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기에 드론 방어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미사일과 장사정포뿐만 아니라 드론을 포함한 첨단 무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최첨단의 방어력을 증강시킬 시점이 됐다.

우리 군은 여전히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만을 겨냥한 방어책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못 의심스럽다.

한국군의 드론 실력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개발한 ‘송골매’와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서처’, 두 종류에 불과했다.

현재는 군단급 무인정찰기는 기존의 송골매를 대체하는 최신형이 배치될 전망이다.

중고도 무인기는 미국의 ‘리퍼’처럼 폭탄이나 미사일을 달고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인공격기로 개발될 예정이다.

미국은 리퍼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암살했다.

KAI 주도로 이러한 중고도 무인기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보다는 한참 뒤떨어졌고 중국에도 크게 뒤쳐져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약 등 농사 보조용으로 농촌에 주로 보급된 드론은 대부분 중국제다.

드론의 군사무기화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단연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이다.

정찰기용만이 아닌 폭격용 또는 대량 인명 살상용으로 개발해 놓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무인기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종류도 다양하다.

스텔스무인기인 X47 이 있고 전폭기로 사용하는 무인기도 있으며 한반도상공에서 첩보활동을 하는 ‘프레데더’란 무인기도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은 앞으로의 전쟁을 드론과 로봇에 맡기겠다는 목표를 갖고 첨단화,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고도 10~13km 상공에서 24시간가량을 체공하며 100km 떨어진 곳까지 레이더 등으로 감시할 수 있는 중고도 무인인정찰기를 개발해 중동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석유 시설의 범인이 확인되는 즉시 공격할 준비가 됐다(locked and loaded)”고 밝힌 점으로 미뤄 보복 공격을 드론으로 할 공산이 크다.

세계는 군사적으로 무인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엔 무인병사, 이른바 로봇 병사들도 나와 배치된다고 한다.

인간은 게임방에서 게임을 하듯 사령부 벙커에서 앉아 드론과 로봇을 작동시키며 인간을 죽이는 전쟁을 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뿐 아니라 인공 지능 인간을 만들어 인간 세상을 파괴하는 자멸의 길로 빠져들지나 않을지...

창조 질서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인류 멸망의 화를 부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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