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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손흥민, 조금 더 욕심부리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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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83경기서 24골 기록
벤투 감독 부임 후 주장 맡은 뒤 13경기 1골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주장의 막중한 책임감까지 안게 된 손흥민은 동료의 경기력을 살리기 위한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 대표팀에서의 날카로운 경기력이 다소 퇴색됐다는 지적이다.(사진=연합뉴스)

 

‘주장’ 손흥민(토트넘)보다 ‘해결사’ 손흥민이 필요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현지시각)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의 코테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1차전 2대0으로 승리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상대였지만 2골 차 승리와는 별개로 내용 면에서는 한국이 투르크메니스탄을 압도하지 못했다. 전반 13분 나상호(FC도쿄)의 결승골 이후 계속해서 추가골의 기회를 놓쳤고, 후반 들어서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주도권을 잡고 한국을 압박하는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37분 정우영(알 사드)의 프리킥 골이 아니었다면 자칫 결과마저도 달라질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풀 타임 활약했다. 조지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대표팀 동료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손흥민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그라운드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에 밀렸던 후반에는 최종 수비수의 위치까지 내려가 동료를 돕는 모습도 보였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의 주장을 맡으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나’보다 ‘동료’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주장’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어야 할 역할을 맡아야 할 ‘해결사’다.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까지 손흥민은 A매치 83경기에서 24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벤투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70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벤투 감독 부임 후 치른 첫 경기였던 코스타리카와 평가전부터 투르크메니스탄전까지 13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나상호가 A매치 데뷔골을 넣자 가장 기뻐해준 건 주장 손흥민이다. 기성용의 뒤를 이어 대표팀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손흥민은 동료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고루 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표팀뿐 아니라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만 보더라도 손흥민은 ‘해결사’가 아닌 ‘도우미’의 역할에 충실했다.

축구는 단순한 경기다. 더 많은 골을 넣고, 더 적은 실점을 해야 승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은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표 공격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날카로움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손흥민은 지난 6월 대표팀에 소집되며 “어느 자리도 준비되어 있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면서 “내가 잘할 수 있고, (대표팀 동료)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주장의 막중한 책무에 대해 소개했다.

주장으로서 손흥민의 역할에 집중하려다 보니 공격수 손흥민의 역할이 조금은 옅어진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지난 1년의 기억이다. 생각을 바꿔보면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공격수로서 조금 더 집중해 장기인 빠른 발을 활용해 측면에서, 또 상대 문전에서 수비수를 괴롭힐 때 오히려 함께 경기하는 동료가 더욱 편안하게 경기할 수도 있다.

지난 1년간 손흥민은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하지만 박지성과 기성용(뉴캐슬), 구자철(알 가라파) 등 선배의 전례를 따라 어쩌면 손흥민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도전이 시작된 만큼 ‘주장’ 손흥민이 아닌 ‘에이스’ 손흥민의 모습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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