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한동안 멈춰섰던 북핵 시계가 다시 움직일 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9월 하순경에 만나자"고 전격 제안하면서다.
최선희 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아직 발표할 만남은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9월말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선희 부상의 실무협상 재개 제의는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등 미국의 대북 협상라인이 잇따라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며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자위권'을 거론하며 비핵화시 체제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다음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협상복귀를 압박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6일 아시아 국가의 핵무장론 부상 가능성과 함께 비핵화시 안전보장,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 등을 동시에 거론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핵 협상 진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1년 동안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도 미국과 협상 시한으로 정한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미국 대선 국면과 맞물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픽=김성기pd)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시간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북미는 지난 6월말 판문점 정상회동에서 2~3주내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7월 중순부터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문제삼으면서 협상이 지연돼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미협상이 재개돼 본궤도에 오를 경우 고위급회담에 이은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무협상이 열리면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는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장소로는 미국은 유럽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뉴욕이나 판문점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
실무협상이 재개될 경우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을 위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극적 타결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월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에도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 대량살상무기(WMD)동결, 로드맵 작성 등 근본적인 입장이 바뀌지 않았고, 북한 역시 '새로운 셈법'만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최선희 부상도 이날 담화를 발표하면서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며 최후통첩성 경고를 날렸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완화 요구 대신 체제안전보장을 거론하고 미국 역시 비핵화시 안전보장을 제공할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로 협상이 훨씬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선 나온다.
최선희 부상의 담화를 발표한 지 반나절도 안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것도 체제안전보장 문제를 협상의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측은 지난 5월 무렵부터 협상 재개시 유연한 입장을 부쩍 강조하고 있어 협상테이블에서 '포괄적 합의 · 단계적 이행'을 전제로 한 주고받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9월말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정세는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