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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이상근 감독이 밝힌 '9의 법칙'과 이스터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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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 '엑시트' 아이맥스 스페셜 GV

영화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 액션이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엑시트'의 내용이 나옵니다.

엑또구('엑시트' 또 9). 지난 7월 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의 일일 관객수와 누적 관객수에 유난히 숫자 '9'가 자주 들어가 있어서 팬들이 만든 애칭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확인하니, 개봉 첫날 48만 9996명, 이튿날 39만 2399명, 20일째 9만 9988명 등 9가 3~4번 들어간 날도 있었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 액션이다. 이상근 감독은 누나가 다양한 곳의 반응을 모니터해 전달해 준다며, '엑또구'라는 말이나 '엑시트'와 숫자 9의 연관성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 아이맥스 관에서 열린 스페셜 GV 당시, 이 감독은 '9의 법칙'을 두고 "저는 저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축복이 아닌가. 9란 숫자는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엑시트' 900만 돌파(9월 4일 기준)를 맞아 이 감독이 직접 설명한 '9의 법칙'과 각종 이스터에그를 소개한다. 이스터에그란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자가 작품 속에 숨겨놓은 재미있는 기능을 뜻하다가, 요즘은 전반적인 창작물을 아우르는 말로 쓰인다.

"이건 그냥 재미이긴 한데, (관객분들이) '엑시트'가 9랑 관계가 많다고 하시더라"라고 운을 띄운 이 감독은 "생각해 보니까 조정석 배우가 ('엑시트'를) 39살에 촬영했다. 윤아 씨는 29살 때 촬영했다. 용남 생일이 2월 29일, 의주 생일이 6월 19일, 현옥 칠순 잔치가 9월 7일, 음력으로는 8월 9일이다. EXIT 획수를 보면 9개"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제가 사실 99학번이다. 제가 삼수해서 99학번이 됐는데 빅 픽처였나"라고 덧붙여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이 감독은 "저는 (9의) 저주라고 생각 안 하고 영화가 잘되고 있으니까 이런 소소한 재미도 말씀해주시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엑시트'에는 이 감독이 곳곳에 담아둔 재미있는 설정이 많다. 이 감독은 "옷 설정도 되게 꼼꼼히 했다. 용민(배유람 분)의 넥타이를 잘 봐야 한다. 용민이 톰 크루즈처럼 클립을 만지지 않나. 용남에 대한 믿음이 끝까지 있었던 게 아니라 용민이 넥타이에 (옥상 문을 열 도구로) 클립을 꽂아서 보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유독가스 사고가 벌어지는 날은 온 가족이 모인 현옥(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 날이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용남의 대학 동아리 선배 기백(김강현 분)이 입고 있던 옷에는 영화 속 시점이 나타나 있다. 과거 상황에서는 'PAST'가 쓰여있는 옷을 입었고, 현재는 'PRESENT'라고 적힌 옷을 입었다. 용남이 의주를 응원할 때 입은 옷에는 'RUN'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이 감독은 "옷으로 장난 좀 쳐 볼까, 누가 알까 했는데 다 아셔서 뿌듯하기도 한데 앞으로는 되게 꼼꼼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또한 이 감독은 "재난이 시작될 때(극중 지진 문자가 오는 장면) 카페에서 회의하는 게 있지 않나. 조 과제가 재난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해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도심에 유독가스가 퍼졌을 때 이를 생중계하는 방송사 이름 CBA는 미국 ABC 방송을 거꾸로 가져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주가 일하는 구름정원이라는 이름에 관해서는 "이미지적으로 단순하게 접근했다. (가스가) 구름 같은 형태로 가득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라일락, 로즈, 라벤더 등 (각 룸의 이름도) 되게 직관적으로 했다. 어떤 분들은 꽃말을 말씀하시는데 라일락이 첫사랑이란 뜻이 있다고… 제가 (그런 의도로 넣었다고) 우길까 하다가 도저히 양심에 찔려서 못 했다. 거기까지 알아볼 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에는 더 집요하게 파고들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감독은 극중 용남과 의주가 가스를 피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향하면서 마주하는 풍경에도 나름의 장치를 심어놓았다. 헬스장, 가구 매장 등에 붙은 광고 문구나 육교에 걸린 현수막 문구가 자막처럼 느껴진다는 관객의 말에 이 감독은 "의도된 게 맞다. 미술팀과 회의해서 들어간 거다. 간단한 것까지 케어하기는 힘들고 굵직한 것들 '올라올 테면 올라와 봐', '35년 동안 수고했어' 등이 있다. 여기서 35년은 육교의 나이다. 미술팀 아이디어가 많다"라고 말했다.

유독가스를 살포한 주범이 극중 '앤서화학' 출신인 것을 두고는 "이건 얘기가 많이 없더라. 관객 여러분들이 굳이 포커싱하지 않아도 되는 거긴 하다"라며 "앤서(answer). 이것(재난)이 왜 일어났는지 해답을 알려주는 의미였다"라고 설명했다. 용남과 의주가 재난에 맞서 헤쳐나가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드론은 '막내'(maknae)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엑시트' 아이맥스 스페셜 GV가 열렸다. 사진 아래 왼쪽이 이상근 감독, 오른쪽은 사회를 본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 (사진=김수정 기자)

 

'엑시트'는 그동안 만나온 재난 영화와 다르다는 평을 자주 들었다. 용남의 클라이밍, 용남과 의주의 죽자사자 달리기 등이 긴장감을 불어넣긴 하지만 지나치게 슬프거나 비장하기보다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제가 할 수 있는 면을 부각해 보자는 쪽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무능한 컨트롤타워, 답답한 캐릭터… 저는 신파를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데 과잉된 감정의 주입은 (영화에서) 과감하게 걷어내 보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만든 애드리브 장면도 공개됐다. 이 감독은 "애드리브가 비율적으로 많진 않은데, 되게 정확하고 소중한 순간들이 몇 개 있었다. 용남이가 쇠봉을 들고 뛰기 전에 '할 수 있어, 용남아' 하고 혼자 되뇌는 게 있다. 정말 극한의 상황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뻔할 수도 있는데 절실함과 진지함이 많이 느껴져서 좋은 대사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아 씨는 사실 재미있는 부분들을 되게 많이 살려주셨다. '가자!', '갈 수 있어!' 하면서 우는 거나, (구조 요청할 때) 간판 들고 와서 '저쪽에 많아~' 하는 것도 애드리브였다. 상황 안에서 재미있는 걸 되게 잘 쳐 주셨다"라고 부연했다.

'엑시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OST '슈퍼 히어로'는 원래부터 이 감독이 좋아했던 곡이다. 이 감독은 "가사가 (이야기에) 너무 딱 붙어서 노래를 듣고 시나리오를 썼나 싶을 정도로, 단어와 문장 상호 교환이 잘 이뤄지더라. 음악도 너무 좋고, 끝에 딱 듣고 나갔을 때 우리 영화의 테마라든지 전하고자 하는 얘기가 너무 잘 들어맞아서 시나리오부터 적어놨다"라고 밝혔다.

시나리오 북이나 블루레이 DVD 출시 계획을 묻자, 이 감독은 "지금 계획이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나오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시나리오 북은 잘 모르겠는데 블루레이가 나오면 좋지 않을까"라며 "아마 또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력은 해 보겠다. 저도 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이날 스페셜 GV에서 깨알같이 담긴 재미있는 설정과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만들어 낸 장면을 설명했다. (사진=외유내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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