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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달라는 장동민, 누구 웃으라고 만든 개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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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지난 1일 방송된 tvN '플레이어'에서는 장동민이 랩 경연에 참가한 하선호에게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장면이 나갔다. (사진='플레이어' 캡처)

 

지난 1일 방송된 tvN '플레이어'에서는 Mnet '쇼미더머니'를 패러디한 '쇼미더플레이' 코너에는 래퍼 하선호가 나왔다. '고등래퍼'에서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인 하선호는 이날도 능숙한 래핑으로 주변의 감탄을 자아냈다.

통과를 의미하는 랩 목걸이를 쥔 심사위원 장동민은 하선호에게 목걸이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하자 갑자기 하선호에게 전화번호를 원한다고 말했다. 랩 경연과는 아무 상관 없는 발언이었다. 하선호가 "저 18살인데…"라고 하자, 장동민은 "탈락 드리겠다"며 하선호를 탈락시켰다.

제작진은 이 장면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싸해진 분위기에 다른 출연자의 표정과 '극혐'이라는 자막을, '장난장난'이라는 자막과 사이렌 경보음을, 야유하는 출연진의 얼굴과 '비난 폭주'라는 자막을, 장동민이 나온 화면 밑에 '개th뤠기!!'라는 자막을 달아, 이것은 단지 '개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이를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게 웃깁니까?"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적어도 제작진이나 장동민이 생각한 개그가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불쾌감만 불러오는 무리수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권한을 지닌 40대 남성이 미성년자 여성에게 합격 기준이나 경연 내용과 아무런 상관없는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상황을, 제작진은 편집 없이 내보냈다. 어느 지점에서 웃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받고 탈락한 후에 쓴웃음이 나올지는 몰라도. 여성이 연락처 요구를 받고 거절하자 부당한 일을 당하는 상황이 웃긴가?

'개그다', '상황극이다'라는 반론이 온다. 그럼 그 상황극이 웃긴가? 참신하거나 풍자적인 관점이 들어있는가? 이 기회가 아니면 선보이지 못할 만큼 시급했나? 그러면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반론도 나온다. 부적절한 상황을 애써 '개그'로 포장해 놓고,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 탓만 하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장동민은 과거에도 여성혐오, 삼풍백화점 참사 피해자 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한부모 가정을 조롱하는 대사로 해당 코너에서 하차했다. 지난 7월에는 XtvN '씬의 퀴즈' 제작발표회에서 유병재와 담당 PD에게 'XX야'라고 비속어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상처를 건드리는 방식의 무리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게 한두 번이 아닌데도, 장동민의 막말 행적은 계속되고 있다. '입'으로 낭패를 자초한 리스크가 있어도, 방송가는 끊임없이 장동민을 기용하고 장동민이 명백히 잘못한 일조차 방송 소재로 삼아 '훈훈'하게 처리한다. (* 2015년 4월 24일 방송된 KBS2 '나를 돌아봐'에서는 김수미가 여성혐오 발언으로 '무한도전-식스맨' 등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장동민에게 "너무 상처받지 말고 기죽지 말라"라고 장면이 나간 바 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 클립 영상 제목('하선호에게 번호 요청? 장동민 철컹철컹 MC 등극')을 보면, 장동민의 행위가 비난받을 만한 내용이라는 것을 제작진도 모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작진도 장동민도 침묵을 지키고 있어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한 배경을 알 순 없다. 이런 방송이 나갔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조차 못 한 듯한 제작진의 부주의만 확인할 뿐이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장동민은 지난 2015년 4월 28일,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한 여성혐오 등 부적절한 발언이 공개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한 바 있다. 왼쪽부터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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