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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던진 의미있는 화두…"시대를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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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연출가의 공연 취소 않기로…"예술은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사진=배덕훈 기자)

 

올해로 19회를 맞는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SPAF)가 '시대를 조명하다'는 주제로 다시 돌아왔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극장 씨어터 카페에서 진행된 'SPAF' 기자간담회에서 김도일 (재)예술지원센터 대표는 "올해 SPAF는 살고있는 동시대의 시대성, 사회성, 예술성 등을 가지고 인간의 욕망과 갈등, 사회, 부조리 등 이면을 통해서 이 시대를 조명하는 19편의 작품으로 관객 여러분을 맞는다"라고 밝혔다.

올해 SPAF에서는 독일, 덴마크, 러시아, 벨기에, 프랑스, 이스라엘, 핀란드 등 7개국의 해외 초청공연과 불가리아 원 파운데이션과 협력 제작한 작품, 프랑스-일본-한국이 공동 제작한 작품 및 10편의 국내 초청공연 등 19개 작품을 선보인다.

그간 연극과 무용에 치중됐던 SPAF는 올해 예술 장르를 넘어 복합예술까지 다루며 다양한 장르를 수용했다. 특히 완성된 작품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느낌의 작품 또한 눈에 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병훈 연극 프로그래머는 "이번에 뽑은 작품들은 굉장히 보석같은 작품들이다"라면서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사유(思惟)와 가무, 그리고 이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미래는 과연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인가 등 어쩌면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대적 질문을 많이 생각하면서 작품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상철 무용 프로그래머는 "현대 무용은 어떻게 보면 가장 빠르게 시대상이나 어떤 사회적 현상들이 반영되는 예술장르라 할 수 있다"면서 "각 단체가 가지고 온 작품들은 동시대성을 띄며 국가간 분쟁, 난민 문제, 여성·몸에 대한 논쟁 등 세계적 문제들이 명확하게 잘 드러나있다"라고 전했다.

SPAF의 개막작은 러시아의 실험예술을 선도하는 고골센터(Gogol Center)의 한국 초연작인 '카프카'(Kafka)다. 캔버스 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광기와 부조리의 천재 작가 카프카의 삶을 조망했다.

연극인류학의 창시자이자 연극계의 거장 유제니오 바르바(Eugenio Barba)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The Chronic Life)'도 눈여겨 볼 만하다. 크로닉 라이프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언어, 소리, 시각적 효과를 통해 관객들의 다양한 감각을 일깨워 또 다른 진정성을 전달한다.

왕 라미레즈 컴퍼니(Copagnie Wang Ramirez)의 '보더라인: 경계에서(Borderline)'는 힙합을 베이스로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통해 무대의 경계를 없애는 작품이다. 무대 위의 신체적 힘과 보이스오버(Voice-over)로 송출되는 여러 이야기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영역을 환기시킨다.

인류 역사상 커다란 재해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벨기에의 인형극 '잊혀진 땅(The Forgotten Land)'는 음산하고 우울해 보이는 인형을 통해 체르노빌 사태를 상기시킨다. 특히 제작진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실제 체르노빌에 거주했던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증언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유럽에서 주목받는 무용가 수잔나 라이노넨(Susanna Leinonen)의 '네스티: 여성, 억압과 해방(Nasty)',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무용가 인발 핀토(Inbal Pinto)의 푸가(Fugue) 등 6개의 해외 초청공연이 관객을 맞는다.

국내 초청공연에는 연출가 고성운이 이끄는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이 '낙타상자'를 선보인다.

'낙타상자'는 중국 근대 문학사의 대표적인 휴머니스트 작가 라오서가 1937년 발표한 장편 소설로 베이징 인력거꾼 상자의 삶을 담았다. 고성운은 중원눙의 낙타상자 경극본을 각색 무대화 해 중국 고전의 재현이 아닌 재치와 유머가 깃든 대중극으로 그렸다.

시공간의 구분이 없는 무대에서 절제된 양식으로 20세기 초 인력거꾼 상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당시 하층민들에 대한 잔혹한 수탈과 참상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고성운은 "주인공 상자가 추락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 작품은 구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生)은 끊임없이 계속된다"라면서 "이러한 질문을 환기하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하면서 이 시대의 아픔이나 상처를 같이 치유하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낙타상자' 외에도 황수현 안무가의 '검정감각', 컴패니 제이(Company J)의 '놀음- 행아웃', 크리에이티브 VaQi의 '브라더스', 최강 프로젝트의 '여집합 집집집 합집여', 서울괴담의 '보이지 않는 도시', 춤나 댄스컴퍼니의 '창백한 푸른 점', 강요찬의 'The Answer' 등의 국내 초청공연이 펼쳐진다.

협력 프로그램으로 펼쳐지는 공연 중 폐막작으로 선정된 '그 숲의 심연'은 다소 특별하다. '그 숲의 심연'은 일본의 지한파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연출로 한국과 프랑스, 일본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프랑스에서는 리무쟁 유니온 아카데미가, 일본에서는 청년단이 참여했다.

작품은 마다가스카르를 배경으로 영장류를 연구하는 한국, 프랑스, 일본의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공생의 어려움과 희망을 그린다. 각기 다른 역사와 배경을 지닌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실험적 연출로 승화한 것으로 직관적 체험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SPAF 측은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의 여파가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의 소녀상 전시 중단 등 예술계로까지 확산됐고, 국내에서도 일본과 관련한 공연과 연극이 잇따라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 작품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최근 일본의 경제적 부분에 대한 제약 상황이라던가 충돌 속에서 과연 일본인의 연출 작품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예술은 기본적으로부터 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외부적 협의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관객들이 반발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면 문화적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정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SPAF는 아시아 대표 공연예술마켓인 '2019 서울아트마켓'(PAMS)과 연계해 세계 공연 예술 흐름과 정보를 공유하며 공연예술의 창작과 유통을 통한 다양한 협력을 도모한다. 또 '스텝 바이 스텝'(공연예술 창작기반 조성사업)을 올해 처음 선보여 앞으로 미래 공연예술의 변화를 주도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조명한다.

SPAF는 내달 3일부터 20일까지 18일 간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등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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