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청와대는 30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내 미군 기지 26곳의 조기 반환과 평택기지로의 조기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추진하던 일이며, 미국에게도 이미 통보된 내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갑작스런 조기 반환 요구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겨냥한 우리 정부의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NSC 상임위원들은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절차를 올해 안에 개시하기로 했다.
현재 용산기지 부지에는 지난해 6월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가 평택기지로 이전하면서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 정도만 남아있다. 연합사 본부도 조만간 평택기지로 옮겨갈 예정이지만, 부지의 공식 반환을 위한 절차는 아직 시작단계다.
한미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는 주한미군 기지 반환을 위한 절차로 '반환 개시 및 협의→환경 협의→반환 건의→반환 승인→기지 이전'을 들고 있다.
원만한 반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환경 협의 단계다. 기지 내 환경 평가를 실시해야 하고 오염 정화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한미는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이날 NSC 상임위원들이 언급한 원주의 캠프 롱·캠프 이글,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사격장도 주한미군이 이미 철수했지만 오염 정화비용 부담 문제나 환경조사 결과에 대한 이견으로 반환 절차가 멈춰있는 상황이다.
상임위원들은 "기지 반환이 장기간 지연되며 사회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이들 지역의 4개 기지에 대해서도 최대한 조기에 반환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언급한 나머지 미군기지들 모두 기지 내 오염 문제라는 비슷한 이유로 시민들의 품에 돌아가지 못하는 곳이다.
만약 정부가 환경 협의에 속도를 내 미군 기지 내 오염 실태 및 정화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을 알린다면, 이는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공개해 직간접적으로 대내외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며 "향후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우리측이 미군을 위해 간접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이 겪는 불편과 손해 역시 엄청난 비용이자 방위비 분담임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분석했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으로 주요 항목은 미군기지 내 건설비, 군수지원비,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현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혜택을 보는 것에 비해 매우 적은 부담을 지고 있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있다. 동맹국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주한미군에게 미군기지 부지와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고, 의무 복무하는 사병들을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 우리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으로 1조389억 원을 부담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추가 혜택도 미국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미군 기지 내 오염으로 입은 피해와 불편을 거론한다면 미국도 과도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군 기지로 쓰고 있는 토지 사용료나 현역 장병들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만 생각해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분담금 인상분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