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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發 '값진 승리'…불법파견 관행에 쐐기박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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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2심 이어 도로공사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규직 고용 의무 재확인
"외주회사와 계약만료된 요금수납원도 직접 고용해야"
잇따른 '직접고용' 판결…이제는 '불법파견 안된다'가 상식
자회사行 노동자 복귀 여부·복직 후 업무 분담 놓고 논란 계속될 듯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대법원 확정 판결 다음날인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 이행 1500명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NOCUTBIZ
최근 '불법파견' 논란을 놓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내려지면서 무분별한 불법파견 시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68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 29일 확정했다.

법원은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을 사실상 직접적인 지휘, 명령을 내렸다고 보고, 이들 사이에 노동자 파견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애초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에 직접고용된 정직원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부문 선진화'의 일환으로 2008년 모든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가 외주화됐다. 외주화 이후 노동자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공사의 감독 아래 일하면서도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2년 이상 파견노동을 제공했으니 이제 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파견법으로는 사용사업주가 2년 이상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사실상 직접고용한 것으로 보고 직접고용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1심과 2심에 이어 노동자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공사가 노동자들의 업무를 직접 지시했고, 노동자들은 정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도로공사 근무복까지 입고 일했던만큼 이들이 도로공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는 이유다.

반면 외주사업체가 노동자들의 근무나 휴가 등을 관리할 때 스스로 결정했다고 볼 수 없었고, 전직 공사직원들이 운영하며 도로공사만을 상대로 영업하고, 충분한 조직체계 및 자본도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했다.

(사진=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 제공)

 

이처럼 그동안 산업현장에 널리 퍼졌던 불법파견에 대해 원청인 대기업·공공기관의 고용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판결들이 지난 1주일 사이에 잇따라 내려졌다.

지난 30일에는 인천지방법원이 한국GM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인정해 한국GM 비정규직지회는 8번째 정규직 전환 판결을 받아냈다.

앞서 2013년 2월과 2016년 6월에도 한국GM이 불법파견을 벌였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지난 23일에도 대구지방법원에서는 일본 유리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인 AGC 화인테크노를 상대로 사내 하청업체 GTS 노동자들이 "회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아사히글라스 사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015년 노조 결성을 이유로 대량해고 당하자 원청회사를 상대로 불법 파견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면서 '불법 파견' 논란의 대표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하루 전인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 탁송업무 노동자들이 불법파견된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현대차는 원고인 노동자들이 생산 차량을 수출 선적 등으로 옮기는 '간접 공정'을 맡았고, 이 업무는 도급 업체가 지휘하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탁송 업무 역시 현대차의 지휘에 따라 이뤄지는 파견 노동으로, 제조업 생산공정 안에 있다고 봤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대법원 확정 판결 다음날인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 이행 1500명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이 가운데 이번 톨게이트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원청의 직접고용 의무를 대단히 폭넓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불법파견으로 파견업체 노동자에 대한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면, 그 후 해당 노동자가 외주업체(파견업체)를 그만두거나 해고를 당하더라도 원청의 직접고용 의무를 계속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파견노동자가 파견업체를 그만두거나 해고를 당해도, 사용사업주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접고용간주·의무에 관한 법률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상 첫 판례다.

앞서 도로공사는 지난해부터 수납원들을 대상으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종용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따르기 위함이었지만, 이미 2심 판결에서 패소한 직후 추진된 결정이어서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이 과정에서 6500여명의 요금수납원 가운데 5000여명은 자회사를 선택했고, 자회사 전환에 반대한 노조 조합원 1500여명은 계약만료를 선택해 사실상 해고됐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승소한 노동자들은 물론, 해고된 나머지 1200여명의 노동자들도 도로공사 노동자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고, 자회사로 옮긴 노동자들도 다시 공사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가 생겨난다.

다만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관계없이 자회사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기로 자필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복귀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지난 4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서울 톨게이트(TG)에서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또 다른 논란거리는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자회사에 모두 넘겼다는 점이다.

공사는 해고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더라도 법원 판결에 관계없이 요금수납 업무는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평생 해온 요금 수납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강요한다면 그 자체로 노동 탄압일 뿐 아니라, 사실상 노조 탄압·사직 압박의 빌미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오는 3일 이강래 사장이 직접 업무 재배치 등 후속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일단 해고된 1500여명 전원이 직접 고용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도로공사는 해고한 모든 노동자들을 즉시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한다"며 전원 복직까지 고공농성 및 집회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은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중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해서 62%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정책을 강행해왔다"며 "정부는 정규직을 빌미로 한 자회사 전환 정책을 중단하고 직접고용 원칙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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