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7년 1월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당시 최순실씨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출석을 요구하자, 조 후보자가 장관직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서울지방검찰청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가 27일 조 후보자 일가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20여곳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조 후보자는 자신이 뱉었던 말을 정반대 입장에서 다시 마주한 처지가 됐다.
조 후보자는 당시 트위터에서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고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2년7개월이 지난 뒤 조 후보자 본인에게 뼈아픈 말이돼 돌아왔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다음달 2~3일 청문회를 준비하는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대학(원) 입학과 장학금 수령, 웅동학원 위법 운영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한영외고와 고려대, 서울대, 부산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딸 조씨가 고등학생 때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논문의 책임 저자인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 연구실도 압수수색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재직한 이후 투자한 '가족 펀드'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 후보의 조카가 운영하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사무실과 코링크 PE 주주였던 조 후보자 처남 정모씨의 경기 고양시 자택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모 교수와 조 후보자의 어머니, 처남, 동생 등도 최근 출국 금지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개시된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서지 않고 청문회가 끝난 뒤 임명까지 강행된다면 현직 법무부 장관직으로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된다.
조 후보자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느냐"며 조윤선 전 장관을 저격했던 것에 한술 더떠, 자신과 일가에 대해 수사를 받는 도중에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갖는 법무부장관 자리에 오르려 한다는 비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의 출근길에도 칼이 돼 돌아온 문제의 트윗이 언급됐다.
이날 한 취재진이 출근길에 "조윤선 장관이 장관직에서 내려오지 않고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해 질타한 적 있는데 법무장관으로 취임하시고 수사받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답변하지 않고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