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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포르노' 너머 노동·문화…일상의 性평등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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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화이론연구소 46번째 여름 강좌 제4강·끝]
'페미니스트로서 포르노 반대에 반대한다: 게일 루빈'(배상미 여성문화이론연구소 강사)

성적 대상화 논란이 생긴 다양한 콘텐츠.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리얼돌, 사진집 '자취방',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 (사진=홈페이지, 교보문고, 광고화면 캡처)

 

'포르노'(porn)는 여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대상화 한 영역으로 분류돼 왔다. 21세기에는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라는 이름의 '불법촬영물'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여성에 대한 성 착취와 성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힘을 얻었다. 지금 한국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미국의 1970~80년대 '포르노 전쟁'을 살펴보고,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는 물론 일상에서마저 만연하게 이뤄지는 여성 대상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착취하는 '포르노'를 단순히 금지하자는 구호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구호를 넘어 더 많은 여성이 여성 혐오 없는 미디어를 만들어 낼 것인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의 문제는 아니다. 21세기에 서 있는 우리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혹은 넘어서는 또 다른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물음을 가져볼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열린 여성문화이론연구소 46번째 여름 강좌 '포르노와 페미니스트'의 마지막 강의 '페미니스트로서 포르노 반대에 반대한다: 게일 루빈'에서는 반(反)포르노 운동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게일 루빈의 주장을 살펴보며,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배상미 강사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열린 여성문화이론연구소 46번째 여름 강좌 '포르노와 페미니스트' 마지막 강의 '페미니스트로서 포르노 반대에 반대한다: 게일 루빈'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게일 S. 루빈(Gayle S. Rubin)은 성정치학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로 현재 미시간 대학교 문화 인류학·여성학 부교수로 재임 중이다.

게일 루빈은 1975년 발표한 논문 '여성 거래'(Traffic in Women: Notes on the 'Political Economy' of Sex)에서 젠더(사회적 성)와 섹스(생물학적 성)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비스트로스, 정신분석 이론 등을 참고해 여성 억압의 역사를 구성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여성 성 역할을 분석했다.

게일 루빈은 페미니스트로서 포르노그래피가 그 자체로 굉장히 성차별적이며 폭력적이고 여성의 이익에 상반되기에 금지해야 한다는 '반포르노 운동'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단순히 포르노가 성차별적 재현물이라는 데 대한 반대라기보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은 포르노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TV드라마 등 수많은 대중문화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왜 '포르노'에만 집중해 타깃으로 삼느냐는 것이다.

게일 S. 루빈(Gayle S. Rubin)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또한 포르노 규제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드워킨-맥키넌 조례'에 대해 왜 페미니스트가 지원하는 법이 성적으로 노골적인 매체들을 지목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배상미 강사는 "게일 루빈은 직장 내 성차별·성폭력을 없애는 법이나 직장 내 여성에 대한 임금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법을 제정할 수도 있는데, 왜 반포르노 조례를 제정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가, 이것이 과연 여성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라며 "포르노에 대한 규제가 여성의 억압을 해결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르노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노동시장, 문화 영역에서 나타나는 성차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성차별과 연결해 이야기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며 "그러기에 법을 제정해도 다양한 여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드레아 드워킨은 성교육용 비디오도 반포르노 조례의 검열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루빈은 오히려 더 많은 여성이 성교육 영상이나 영화 제작 등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볼 여건이 되지 않거나 이미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영화의 흥행을 위해 남는 자리를 구매하는 행동을 뜻하는 '영혼 보내기'가 일어났던 영화 '미쓰백'과 '걸캅스' (사진=각 제작사 제공)

 

배 강사는 "루빈은 여성들이 미디어 산업에 많이 진출해서 성적으로 노골적인 미디어는 곧 여성 혐오적이라는 도식을 깨고, 남성 중심적이지 않게 어떻게 성을 표현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며 "포르노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포르노적이지 않은, 여성 혐오적이지 않은 미디어를 많이 생산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많이 생산해서 기존의 포르노를 몰아내고, 여성 혐오적이라는 말 이상으로 구태의연하지 않은 재현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포르노 운동의 끝은 다양한 여성, 하나의 여성은 없다는 이야기로 나아가게 된다"라며 "'포르노 전쟁'이라 불리는 이 사건이 어떻게 포스트 페미니즘으로 활성화되는 계기를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루빈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강사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남성 중심적 재현들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고,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미디어를 읽는 게 많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남성중심적 재현에 대한 비판만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적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여성 감독에 대한 지지나 '영혼 보내기' 등 호응도 성장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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