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 오쿠야마 바라바 & 구지라이 겐타로 씨와 하나미치 준코 PD (사진=연합뉴스)
일본 무용수들이 제25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하기 위해 대거 서울을 찾았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라 눈길을 끈다. 24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만난 무용수들은 "지금이야말로 두 나라 예술인이 협연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창무국제공연예술제는 원로 한국 무용가 김매자가 설립한 창무예술원이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을 목표로 1993년부터 개최하는 축제다. 일본 현대무용 '부토(舞踏)' 무용수들은 최근 양국 문화교류가 얼어붙는 상황에 축제가 열려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구지라이 겐타로 씨는 "한국 공연이 처음이라 특별한 자리였다. 막상 와보니 정치가 한일관계를 더 나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올해 들어 한국인과 무대예술을 통해 만날 기회가 더러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였다. 이렇게 만들어가는 관계가 딱딱한 외교관계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쿠야마 바라바 씨도 "어제 공연 도중 박수가 많이 나왔다. 관객과 마음이 통했고, 오히려 기운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거들었다.
일본 소수민족 아이누족 무용단 '마레우레우' 단원들도 한국 관객들의 따뜻한 반응에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한국인 안무가 정영두가 안무에 참여한 '랩랩스핀오프Ⅱ'를 공연했다. '랩랩'은 아이누어로 '날개'라는 뜻이다. 홋카이도 고유의 놀이와 자연을 소재로 하며, 아이누를 상징하는 독특한 문양을 얼굴에 그려 넣었다.
마윤 씨는 "정영두 씨와 함께 작업하며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됐다. 일부 보도를 보고 한국에 올 때 살짝 걱정도 됐지만, 소중한 친구의 나라니까 믿을 수 있었다"고 했다.
히사에 씨도 "상황에 따라 나라 간 대립할 때도 있지만 이런 공연을 통해 서로 이해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매니지먼트를 맡은 하나미치 준코 PD는 "한일관계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었다. 김매자 선생님은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부터 교류를 주도하셨다. 저희도 한국에 와서 한국 전통춤을 보며 배운 게 많다"며 "TV를 통해서가 아니라 눈앞에서 실제로 만나 서로 믿을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예술제는 25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