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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삐뚤어진 사고방식이 불러온 한강 토막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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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종업원 장대호, 인터넷 카페서 관상 전문가로 활동
-"범죄 표적은 관상에서 나타나…자신이 재앙 부르는 격"
-'진상 고객' 살해 뒤 사체 훼손해 유기…"죽을 짓 했다"

한강 토막살인 피의자 장대호(38). (사진 = 이한형 기자 / 자료사진)

 

고려시대 무신정변을 일으킨 정중부에 비유하며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 했던 '한강 토막살인' 피의자 장대호(38·미혼)가 지난 23일 검찰에 송치됐다.

외동아들인 장 씨는 20대에는 게임개발자, 푸드 트럭 사장, 선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동했고, 30대에 접어들어 모텔 종업원으로 일했다.

장 씨는 인터넷 상에서 직접 만든 관상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이 관상 전문가인 것처럼 활동했다. 닉네임은 '도해', 자신의 이름인 대호에서 모음(ㅐ·ㅗ)만 뒤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관상지식을 뽐내며 유명인들의 관상과 손금을 분석하며 직설적 표현으로 카페 회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장 씨는 인터넷상에서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인물로 통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글을 보면 과격하고 삐뚤어진 성향을 가졌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당신의 삶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부모를 잘 못 만난 것이고 실컷 탓하며 살아라. 지들 좋아서 낳았지 내가 낳아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낳아준 공치사 할 필요는 없다."

"부자 회사에 들어가려면 스펙 보다 이미지에 더 투자해라. 외모가 후지면 부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부자 마음에 들 수 없고 결혼하기 힘들다면 부자의 머슴과 만나라."

사회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장 씨는 인터넷 공간에서 고민 해결사 역할도 자처했다. 하지만 답변은 상식과 벗어났고, 폭력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학생의 고민에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영원히 괴롭힘을 당하겠다는 계약이라며 먼저 때려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했다.

이밖에도 조직폭력배 등 진상고객이 시비를 걸면 흉기로 협박하고 폭력을 써서라도 쫓아내야 한다며 자신은 그렇게 해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장 씨의 이 같은 사고방식은 결국 범죄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하고 닷새 뒤 사체를 훼손해 유기한 것이다.

그는 피해자가 숙박비도 주지 않고 계속 깎으려 하며 반말을 했고, 주먹으로 자신을 때리고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는 등 모멸감을 느껴 살해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장대호(38)가 올린 게시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혼자만의 세상에 고립…괴롭히면 가만 안 둬

장 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여러 부위로 훼손해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한강에 버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훼손된 시신 부위 가운데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팔 부위가 발견됐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경찰에 자수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범행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신상공개 결정 이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장 씨는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다"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며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고대사, 근대사에 관심이 많았던 장 씨는 고려시대 무신정변을 일으킨 정중부를 비유하며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장 씨의 성향에 대해 반사회적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분석했다. 전혀 사회적 관계가 없다 보니 사이버 공간에서 혼자만의 세상에 고립됐다는 것이다.

장 씨는 2012년 9월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에 '범죄 성공률'에 대한 글을 남겼다.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람은 당하기 좋은 꼴(관상)을 하고 있고, 이는 자기 스스로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만취해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나 퍽치기를 당하는 사람이 대표적인 경우다."

"범죄자가 볼 때 외모에서 풍기는 기운과 특정 모습은 범죄 성공률에 확신을 갖게 한다. 이것이 바로 범죄피해를 당하는 가장 큰 원인 중 두 번째다."

2014년 8월에는 "팔자는 태어날 때 정해진 숙명으로 팔자는 곧 부모이고 국가"라며 "팔자는 못 바꾸고 외모에서 나타나는데 이를 관상이라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렇다면 장대호는 자신이 살인을 저지를 팔자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을까. 또 억울하게 살해된 피해자는 범죄의 표적이 되는 관상이었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삐뚤어진 사고방식은 자신을 비롯해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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