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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주민 극한 대립…부평 삼산 특고압 사태 장기표류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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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한전이 주민 분열 유도”…한전 “대책위의 주민 대표성 의심”
중재 나선 인천시 “전자파 위해성 기준 없어 협상 답보” 난감

인천 삼산동특고압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사진=자료 사진)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한국전력공사의 인천·부천 지역 고압선 매설공사가 주민과 한전의 극한 대립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4일 인천 삼산동특고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한전 경인건설본부, 인천시 등에 따르면 한전과 대책위는 각각 상대 기관·단체의 대표성 시비로 협상에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전은 대책위가 주민 대표의 자격에 부족하다는 입장이고, 대책위는 한전이 시간 끌기와 불성실한 협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대책위와 한전, 인천시, 부평구 등이 참여하는 ‘삼산동 특고압 갈등해소를 위한 지중선로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열렸지만 이 문제로 파행됐다.

대책위는 다음 날 논평을 내 “한전이 대책위가 아닌 다른 주민을 만나는 이중행보로 주민 갈등을 부추긴다”며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회를 깨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6월 22일부터 8일간 주민인 것처럼 위장해 대책위 구성원이 있는 모바일 단체대화방에 가입해 대책위의 활동이 불순한 것처럼 주장하거나 여론을 조작하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들통나 대책위에 사과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한전 직원들이 대책위 구성원을 제외한 다른 주민들을 만나며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어 한전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은옥 대책위원장은 “한전의 태도는 사실상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책임있는 자세로 협상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주민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단순 홍보활동이라는 해명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한전이 대책위를 주민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한전이 주민들의 분열을유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재에 나섰던 인천시는 이같은 대립을 주도권 싸움 과정으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황한 기색이다. 대책위의 대표성을 묻는 한전의 태도는 곧 이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인천시에 대한 불신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갈등의 핵심은 전자파 노출을 얼마나 최소화해야 하는가이다. 주민들인 가급적 전자파 노출 수준을 0mG(밀리가우스)와 가깝게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반면 한전은 전자파를 줄이기 위해 기존 계획보다 더 깊은 곳에 매설공사를 하려면 5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 대책위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8월 공사 구간 내 전자파 노출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전문가조사단을 꾸려 4개월간 측정했다. 측정 결과 구역별로 0∼16mG의 전자파가 검출됐다.

한전은 조사단 측정 결과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자파 국제권고 기준인 2000mG와 비교해 현저히 낮고, 국내 기준인 832mG와도 비교해 매우 낮아 공사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WHO에서 3~4mG에 10년 이상 만성으로 노출했을 경우 암이나 신경질환 등 각종 질병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안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전이 제시한 건 작업자에게 요구되는 수준으로 거주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조사 결과 발표 이후 3차례의 협의회와 5차례의 대책위 회의가 있었지만 대책위와 한전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자파의 유해성은 2011년 휴대전화 전자파가 발암가능물질일 수 있다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표 이후 급격히 증폭된 상태다. 하지만 인체 유해 정도는 아직 과학적으로 아직 연구 중이어서 명확한 기준이 없다. 중재에 나선 인천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자파의 위해성을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행정적으로 이번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것 조짐”이라며 “가급적 당사자 간 대화를 적극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해부터 경기 광명시 영서변전소에서 인천 부평구 신부평변전소까지 17.4㎞ 구간에 345㎸의 초고압 송전선로를 매설하는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인천 부평구 삼산동부터 경기 부천시 상동까지 2.5㎞ 구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전자파 피해 불안을 호소하며 반발하면서 답보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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