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라노 공연 모습 (사진=로네뜨 제공)
뮤지컬 '시라노'가 더욱 완성도 높아진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돼 돌아왔다.
현재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시라노'는 지난 2017년 성공적인 초연에 힘입어 2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10일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 속에서 성황리에 개막했다.
뮤지컬 '시라노'는 세계적으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변주되며 사랑을 받아온 프랑스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화려한 말솜씨를 지녔지만 크고 볼품없는 코에 대한 콤플렉스로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서지 못하는 '시라노'와 수려한 외모를 지녔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솜씨가 서툰 '크리스티앙'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록산'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7년 초연 당시 프로듀서로 데뷔한 배우 류정한이 이번 재연에서도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중구조의 원형 회전 무대장치와 화려한 영상이 새로이 도입됐고 인물의 개연성에 맡게 편곡되어진 넘버들도 추가되며 작품은 더욱 탄탄해졌다.
22일 오후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는 기자간담회와 함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이 진행됐다. 시라노의 대표 넘버들인 '터치', '록산', '가스콘 용병대', '만약 내가 말할 수 있다면', '곧&가스콘 리프라이즈' 등이 시연됐다.
류정한 프로듀서는 "이번 재연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드라마였다"라며 "드라마가 굉장히 강한 공연으로 완성시키고 싶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음악도 몇곡 추가해서 개연성을 위해 노력했다"라면서 "무대도 초연때 부족했던 공간감이라던지 그런걸 살리기 위해 회전 무대와 영상을 사용해 초연보다 좋은 재연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공연을 탄생시켰다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시라노'프레스콜에서 배우 박지연, 이규형이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시연 장면 속 시라노의 캐릭터는 색깔이 좀 더 진해졌다. 인물 각자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색깔과 성향이 강화됐다.
특히 록산의 변화가 컸다. '록산'의 캐릭터는 기존에 답습되어 온 17세기 귀족 가문의 여성상에서 벗어나 모던하고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록산은 검술을 배우고 여성 문학지를 만드는 등 더욱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으로 변화를 꿰찼다.
김동연 연출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 록산이다. 록산을 왜 두 남자가 사랑하게 되는가 하는 부분을 현대 관객이 보기에도 얼마나 매력있는 인물인가 하는 개연성에 노력했다"라며 "록산이라는 캐릭터를 좀더 강화하고 바꿨다기 보다는 현대의 언어로 해석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록산이 현대에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인물이라는 것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시라노와 영혼이 닮은 인물이 되길 바랐고, 대등한 관계에서 시라노도 영향을 받길 바랐다"라고 덧붙였다.
화려한 말솜씨를 지녔지만 긴 코에대한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 '시라노'는 프로듀서를 겸임한 류정한 외에 최재웅, 이규형, 조형균이 맡아 연기한다.
최재웅은 "원작이 훌륭한 고전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면서 "원작이라는 훌륭한 재료가 있어서 잘 만들어진 가이드라인 대로 열심히 연습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규형은 "처음에 연출님께 역할을 제안 받았을때 제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믿고 따를 수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에 의지해서 공연까지 올린 것 같다"라며 "사실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이 끝나면 무대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항상 샘솟는다. 커튼콜때 얻어가는 쾌감은 다른 데서는 맛볼 수가 없다"라며 출연 소감을 전했다.
조형균은 "한동안 사람 역할을 안했는데, 인물로 캐스팅 돼 뭔가 마음이 편하다. 나답게 연습을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워낙 초연부터 (작품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부담도 많이 됐지만, 똘똘 뭉쳐서 행복하게 연습했다. 공연이 이제 시작이지만 팀워크는 자부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라노의 캐릭터 특징은 단연 '긴 코'다. 이에따라 시라노 역을 맡은 배우들 역시 긴 코의 모형을 자신의 얼굴에 덧붙이는 분장을 한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추가적인 분장이지만 배우들은 모두 불편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규형은 "코는 말랑말랑하면서 흘러내리지도 않고 본인의 콧구멍을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제작이 잘돼서 굉장히 편안하다"라고 말했다. 최재웅은 "처음 10분간만 어색하다가 또 몸의 일부가 되고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라면서 "다만 코를 풀때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형균 역시 "저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생각인데 다만 불편한 점은 종이컵에 물 마실때 코가 빠질거 같아서 종이 빨대 이용해서 물 마시는 것"이라며 "이제는 코를 뗐을 때가 더 어색하다"라고 전했다.
류정한은 "코를 재사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접착제나 이런걸로 해서 완벽하게 붙이기는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라서 두 세번 쓰면 바꾼다"라며 "제작비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름다운 여인 록산에는 박지연과 나하나가 더블캐스팅 돼 열연을 펼친다.
박지연은 "캐스팅 됐을때 너무 기뻤고 재연 대본 봤을때 초연보다 발전된 부분이 많아서 많은 기대심을 가지고 연습에 임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감사하다"라고 캐스팅 후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록산은 여기 나온 모든 인물을 통틀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저희와 다를게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첫 인상에 호감을 느끼는데 시라노가 쓴 편지였지만 크리스티앙의 편지로 오해하고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라노와는 어려서 부터 남매처럼 지냈던 사이였기 때문에 어쩌면 더 눈치를 못 챘을 수도 있는데, 누구를 사랑했냐고 생각해보면 사랑의 종류가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나하나는 "초연의 록산을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연의 록산을 접했는데 공연 하다보면서 록산이 사랑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과정을 작품 안에서 느꼈다"라며 "록산은 시라노의 모습과 성품에서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결국에는 사랑도 감정적인 것이라 그것에 이끌려 출발하지만 나중에야 비로소 내가 사랑했던게 무엇인지 담담하게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인물인 것 같다"라면서 "좋은 드라마를 가진 인물을 맡아 영광이다"라고 덧붙였다.
수려한 외모를 지녔지만 록산 앞에서는 서툰 말솜씨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앙 역은 송원근과 김용한이 맡았다.
송연근은 "초연때보다 크리스티앙의 서사가 잘 만들어졌다. 크리스티앙은 순수하고 남자답고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밀어붙이는 성격의 캐릭터"라면서 "여자 앞에서 고백을 할때믄 말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해서 멍청해 보일 뿐이지만 이런 모습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도 나눠서 연기하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크리스티앙의 모습을 보면 시라노의 아바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라노도 록산에 대한 사랑을 마음 속에 숨기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용한은 "크리스티앙이 시골에서 올라와 사랑하는 사랑하는 여인 만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단순하고 멍청해 보일 수가 있는데 이를 미숙함에서 오는 순수함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연기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와 재치 있는 대사, 섬세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의 넘버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낭만 뮤지컬' 시라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