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사진=연합뉴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사상 최초로 청각 장애 선수의 단식 본선 승리의 주인공이 된 이덕희(212위·서울시청)가 세계 랭킹 41위의 강호 후베르트 후르카치(폴란드)를 상대로 잘 싸웠으나 아쉽게 패했다.
이덕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오픈(총상금 71만7천955달러) 대회 사흘째 단식 본선 2회전에서 3번 시드의 후르카치에게 1-2(6-4 0-6 3-6)로 역전패했다.
전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을 2-0(7-6<7-4> 6-1)으로 제압, 1972년 창설된 ATP 투어 사상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의 단식 본선 승리 기록을 세운 이덕희는 이날도 1세트를 선취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이날 이덕희의 상대 후르카치는 1997년생으로 이덕희보다 1살 많고 키(196㎝)는 이덕희(175㎝)보다 20㎝ 이상 큰 선수다.
단지 나이가 많고 키만 더 큰 것이 아니라 이달 초 ATP 투어 로저스컵 2회전에서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8위·그리스)를 꺾는 등 이덕희가 상대하기에는 여러모로 힘겨운 상대였다.
1세트를 내준 후르카치는 2세트부터 대반격에 나섰다. 2세트를 6-0으로 마무리한 후르카치는 3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4-0으로 훌쩍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이덕희로서는 3세트가 아쉬웠다.
3세트 후르카치의 첫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포인트를 세 번이나 잡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게임스코어 0-2로 끌려가던 상대 서브 게임에서는 40-0에서 연달아 4포인트를 따내 다시 브레이크 기회를 얻었으나 역시 이번에도 브레이크에는 실패했다.
0-4에서 이덕희는 후르카치의 서브 게임을 기어이 따내 1세트 이후 처음으로 게임을 가져오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곧바로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다시 내주면서 맥이 풀렸다.
하지만 이덕희는 이후 연달아 2게임을 만회, 3-5로 추격했고 이어진 상대 서브 게임에서 15-40으로 더블브레이크 포인트까지 잡으며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이 기회마저 살리지 못하고 2시간 3분의 접전 끝에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서브 에이스에서 1-13으로 절대 열세를 보인 이덕희는 특히 더블폴트를 14개나 쏟아낸 점이 뼈아팠다.
다만 3세트 상대 서브 게임마다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아내는 등 3-6이라는 점수에 비해 내용 면에서는 분전했다.
귀국길에 오르는 이덕희는 9월 초 중국 챌린저 대회에 출전한 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중국 원정 경기에 태극 마크를 달고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