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논란에 "관련 성적을 제출했다"고 20일 해명했다. 그러나 외고부터 대학, 의전원 입학까지 모두 필기성적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전형만을 골라 지원하면서 '현대판 음서제'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 후보자 딸이 2015년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 없이 입학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며 MEET 성적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딸 조모씨는 과거 입학과정에서 MEET 성적을 제출한 것은 맞지만, 전형 상 MEET 점수의 반영도는 0점이었다. 합격, 불합격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던 셈이다.
2015년 부산대 의전원의 수시모집 지원자격에는 '지원 당해 연도에 실시한 MEET에 응시하여 공식 성적을 취득한 자'라는 조건이 공통사항으로 걸려 있다.
그러나 전형요소와 배점을 살펴보면, 조 후보자 딸이 지원한 '자연계 출신자 전형-국내 대학교 출신자'에서 MEET 성적은 평가 대상이 아니었다. 1단계 전형은 대학성적(30점)·영어능력(20점)·서류평가(20점)로 70점 만점 구조이고, 2단계 면접(30점)까지 합산해 총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게 된다.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과 신입생 모집요강
MEET 공식 성적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점수가 몇점이든, 수시지원·합격이 가능한 것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MEET 점수가 0점이어도 성적이 있는 것이니 지원이 가능한 전형"이라고 밝혔다.
해당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기타 서류 등 이른바 '스펙(SPEC)'을 보는 서류평가가 20점, 면접평가가 30점으로 정성평가가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1단계 70점 만점에서 60점 미만이면 불합격으로 2단계 평가를 받을 수 없다. 1단계 통과자들의 점수차는 10점 미만이 되는 셈이어서 사실상 당락은 2단계 면접(30점)에서 갈리는 구조다.
이에 의전원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전형이 사실상 '현대판 음서제'와 같다며 공공연히 논란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지적을 받아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경우, 학교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를 아예 반영하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한 의과대학 출신 30대 의사는 "수능이든 MEET이든 일정 수준 이상 계량화된 성적 없이 정성평가만으로 입학하게 되는 셈"이라며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 유리한 '로열 패밀리' 자녀들이 특혜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MEET는 2005년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와 함께 입학 자격고사 성격으로 도입됐다.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협의회에서 매년 1회 시행하는 시험이다. 현재 신입생을 받고 있는 의전원인 건국대와 강원대의 수시모집 요강을 보면, MEET 성적을 모두 평가 배점에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 후보자의 딸은 2010년 고려대 생태환경공학과 입학 당시에도 수시전형 중 '세계선도인재 전형'을 택했다. 해당 전형은 1단계에서 어학(40%), 학생부(60%)로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70%)와 면접(30%)을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도 없는 전형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 중 평가 하게 되면 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 재학 중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인턴을 한 후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 고려대 입시를 위해 쓴 자기소개서에는 이러한 '스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논문은 대입에서 활용했을 뿐 의전원 입시 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선 고교 입시에서도 조 후보자 딸이 외국 거주 경력을 통해 한영외고 정원 외 전형으로 입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중학교 교과성적과 영어 논술, 말하기, 면접 실기시험을 치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역시 대다수 학생이 거치는 '일반전형'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