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판받지 않으려면 비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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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조국 방어 총력전…'덫'이 될 수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내용을 들라고 하면 위 문장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는 서민과 중산층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첫 민정수석비서관에 조국 서울대 교수가 임명되자 경험 미숙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에 공정한 깃발을 펄럭이게 할 것으로 호평했다.

조국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 나서지 않아도 될 사안에 대해 정의롭고 의분에 찬 목소리를 내면 조국 수석쯤이면 그럴 수 있겠지 하며 박수를 보낸 국민도 많았다.

조 후보자가 청와대를 나와 서울대 교수로 복직하는 과정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 이후 일반인들은 그에 대한 기대감이 과연 옳았을까 라는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

재산이 많기는 해도 학원재벌로 알려진 관계로 부모로부터 상속 받은 재산일 것으로 알았다.

청와대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발표 이후 후보자의 펀드 투자 보도만 나왔을 때만 해도 나름의 피치 못 할 이유가 있을 것으로 헤아리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조국 후보자와 배우자·자녀의 사모펀드 투자 논란에 이어 논문 표절 의혹, 조 후보자 동생 부부의 이상한 거래(위장 위혼설?), 더 나아가 딸의 장학금 수수에 의학 논문 저자 논란으로 비화됐다.

나름대로 바르게 산 사람으로 추정했던 여론이 비우호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면서 장학금 1200만원을 받은 과정과 이유가 비상적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보수지는 말할 것도 없이 진보를 지향하는 신문과 방송들까지 조국 후보자의 보도를 주요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다.

조 후보자 딸만 여섯 번 200만원씩 받았을 뿐 나머지 여섯 명은 100만원 또는 150만원을 단 한 차례만 수수했으며 두 번 받은 학생은 없었다.

어려운 학생은 장학금 한 번 받았지만 두 번 유급한 조국 딸은 여섯 번이나 받았다.

개인적으로 장학금은 만든 노환중 교수는 지난 6월 오거돈 부산시장에 의해 부산의료원 원장에 임명됐다.

20일엔 조 후보자 딸이 인턴 2주 동안 인턴을 하면서 전문가들이나 쓸 법한 병리학 논문을, 그것도 영어로 써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이 비정상적이며 석연치 않아 보인다.

조 후보자는 이날부터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대표자라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 후보자는 2016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서 입학과 학점 취득에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가만있지 않았다.

정유라씨는 이대생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라는 글을 써 최씨 모녀가 국민의 공분을 샀고, 당시에 조 후보자는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었다"며 공격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에 특목고와 자사고를 원래 취지대로 운영하자면서도 정작 본인의 자녀는 외고를 보내고 의문스러운 방법으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시켰다는 글들이 인터넷에 넘쳐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2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미니 조국 청문회장으로 변질됐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딸이 고교 때 2주 인턴으로 어떻게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될 수가 있느냐? 입시컨설턴트가 외고 때부터 의대까지 설계해 준 것 아니냐? 가진 자의 꼼수 출세 코스가 아니라며 유은혜 장관을 압박했다.

유 장관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등재가 위법이면 부정입학"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논문을 써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고 주장했다.

야당은 현 정권 실세들이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때를 만났다는 듯 총공세를 펴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이 여러 의혹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방어막을 치고 있을지라도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 후보자는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으나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이 여러 의혹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방어막을 치고 있을지라도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총공세에 대해 민주당은 "신상털기", "파렴치한 정치공세"라며 정면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완전히 타락시켰다"고 비판했고, 조정식 정책위 의장은 "자질 검증은 뒷전이고 검증 대상도 아닌 가족에 대한 신상털이와 사생활 침해에만 혈안이 돼 있는데 그야말로 파렴치한 정치공세"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다.

여당과 청와대는 불법도 없는 사안을 가지고 언론과 야당이 왜 이러지 라는 의문을 가질 법 하다.

하지만 가장 깨끗하고 공정한 척 했던 조 후보자의 처신으로 인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조국 후보자를 계속 변호하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가는 교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고, 점점 싸늘해지는 국민감정을 거스를 우를 범할지 모른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보호 움직임이 너무 과한 나머지 국민 여론과 괴리되고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장인이었던 고 이상달씨의 재산 처분 과정에 개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보도를 한 신문사를 공격하며 우 수석을 적극 변호했다.

그 때부터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해임하느라 '즉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끌다 국면전환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김대중 정권을 가장 힘들게 했던 '옷로비' 사건이(1999년 5월 말) 로비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그때를 기점으로 정권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과거 정권들의 인사 참사는 청와대와 민주당으로 하여금 조국 수석과 그 가족의 처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냉철한 시선으로 봐라볼 것을 주문한다.

조국 후보자의 딸을 둘러싼 여러 정황들이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의 불법에는 비견조차 되지 않는다지만 자칫하다간 학부모들의 집중 포화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조 후보자 딸이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비판하지 말라"라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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