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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니 "사람에겐 낮과 밤이 다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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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니가 들려준 '밤의 문이 열린다'와 효연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에 끌려"
"'연결' 이야기하는 점이 위로가 되고 좋았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호텔 씬…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효연에게 중요한 건 '밤'보다는 '열린다'

전소니는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한 효연 역을 맡았다. (사진=영화사 리듬앤블루스 제공)

 

※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밤의 문이 열린다'(감독 유은정)의 효연(전소니 분)은 '잘 살려고 하는' 의지로 활활 타오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꾸만 장애물에 걸린다. 돈이 급해서 지인에게 빌리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 사채를 썼고, 그 때문에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나지도 못한다. 사채업자는 신체 포기 각서를 쓰라고 한다. 엉망진창인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눈엣가시 같은 자를 해치워야겠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고 흐름을 가진 효연.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다. 전소니는 이성적으로 효연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효연의 상황이 어떤 것이었을까, 어느 때 어느 만큼의 감정을 느꼈을까에 더 집중한 이유다.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만 해도, 관객들에게 효연이 너무 나쁜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연기하다 보니 '내가 제일 불쌍해!'란 마음이 되어버렸다.

전소니가 해석한 효연이란 사람과, '밤의 문이 열린다'라는 작품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난 2일 열린 언론 시사회와 15일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 전소니에게 발견한 '발산하는 에너지', 효연으로 연결되다

전소니는 올해 3월 개봉한 상업영화 '악질경찰'에서 세월호 참사로 친한 친구를 잃고 조금은 비뚤어진 채로 사는 고등학생 장미나 역을 맡았다. '밤의 문이 열린다' 시나리오를 받은 시점은 '악질경찰' 촬영을 막 끝낸 무렵이었다.

"저는 현장에 나가는 게 정말 좋아요. 촬영장에 있는 게 정말 행복하고 그래서 좀 많은 작품을 하고 많이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작품을) 고르는 데 과하게 신중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 특히 저의 마음을 끌었던 점은, 많이 그려지진 않지만 언니(이자민 분)랑 거의 둘이서 가족의 역할을 하면서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어요. 저도 여동생이 있다 보니까 그런 감정에 공감했어요. 이 사회 안의 성인으로서 외로움 같은 걸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안에서 '연결'을 얘기하는 점이 위로가 되고 좋았어요."

유은정 감독은 전소니가 주연을 맡은 장편 '여자들'과 전소니의 SNS 사진을 보면서 어떤 '발산하는 에너지'를 발견했다. 그래서 효연 역을 제안했다. 유 감독은 "함께하고 싶다고 해 주셔서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유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구상한 효연은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사람도 고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었다. 유 감독은 "저 사람한테 깊은 고민과 슬픔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살인이라는 것을 저지르지만, 젊고 자신감 있고 투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사진=영화사 리듬앤블루스 제공)

 

전소니는 "저는 저렇게 극단에 놓인 사람을 제가 이성적인 논리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효연은 자기 선택과 살아가는 방식에 의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억울하고,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이 모든 게 나한테 너무한다고 느끼는…"이라며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이 사람한테 남은 억울함, 살아남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혜정(한해인 분)은 정말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있다면 효연은 분명히 숨어있어야 하고 들키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여기 있다'는 느낌이 되게 강한 사람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그걸 연기할) '내가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디테일한 분석을 하기보단 정말 그 마음을 가지고 있으려고 했어요.

(촬영상 설정이어도) 숨어서 지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크더라고요. 저는 촬영하면서 해인 배우랑 얘기해 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소현(수양 역) 배우하고도. 되게 고립돼 있던 것 같아요. 되게 서럽기도 하고요. 글로 읽었을 땐 (효연이) 나쁜 사람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연기하면서는 '내가 제일 불쌍해!'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효연을 연기하면서는 외로웠지만, 유 감독이 의사소통을 무척 잘해준 덕에 든든하고 안정감 있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생각이 많아지고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고민이 됐는데 감정적·이성적으로 제 얘기를 많이 들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감독은 "효연은 어떻게 보면 (연기하는 사람에게조차) 판단 당하기 쉬운 인물인데, 소니 배우는 그 인물을 판단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끌어안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을 찍으며 전소니가 느낀 점

전소니는 '밤의 문이 열린다'를 찍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는 막막함을 느낀 적이 있다. 바로 언니 지연과 같이 찍은 호텔 장면이었다.

효연은 언니와 같이 엄마 제사상을 차리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점에서 미묘하게 틀어져 언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사채업자 광식(이근후 분)을 죽였다는 사실을 얼떨결에 말해버린다. 그때도 효연을 지배하는 감정은 '억울함'이다. "난 잘못한 것 없어"라고 직접 말하기도 하고.

전소니는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호텔에서 분노를 폭발하는 장면을 들었다. (사진=영화사 리듬앤블루스 제공)

 

전소니는 "시나리오에 그대로 쓰여 있었는데도 호텔 씬이 너무 어려웠다. 조명이 너무 따뜻하고 (분위기도) 너무 풍족해 보이는데, 그 안에서 제가 분노하고 뭔가를 터뜨리는 게 너무 와닿지 않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감독님께 말했던 장면"이라고 밝혔다.

영화 속 효연은 본인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잘못했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지만, 현실의 전소니는 반대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의 무게를 다시금 깨달았다.

"어떻게 (효연은) 사람을 죽이는 데 성공하는 게 무언가를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까? 내가 영화를 한다는 이유로 누군가 죽고 죽이는 것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슬프지만 사람은 이런 되게 힘든 일을 겪고 나서 뭔가를 얻잖아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아마 언니 때문에도 그랬을 것 같아요. 자기 혼자만의 삶을 위해서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혜정의 잔해를 보는 장면은 어땠을까. 화면에는 두 사람이 같이 나오지만 실제로 전소니가 촬영할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소니는 유 감독이 이 장면에서 뭘 의도했을까를 생각하기보다는, '나라면 저걸 무슨 생각으로 볼까'를 떠올렸다.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소니는 "효연은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 있기에, 익숙지 않은 걸 봤을 때 되게 공포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닌 거지만 굉장히 공격적일 수 있고. 잔해를 보고 나서 가방을 확인하며 '내가 잘못한 걸 누군가 이렇게 일상적이지 않은 것(방식)으로 돌려주는 건가?'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사람을 초월한 무언가에는 이길 수 없지 않나. '내가 거기까지는 가지 말라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효연이 그걸(잔해를) 봤을 때 되게 큰 의미와 힘을 느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밤의 문이 열린다' 관객과의 대화 현장에서 전소니(왼쪽에서 두 번째)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 배우 전소니, 유은정 감독, 한해인, 이주영 (사진=김수정 기자)

 

◇ '밤'보다 중요한 것은 '열린다'

유은정 감독은 언론 시사회 당시 제목을 짓게 된 이유를 질문하자 "혜정은 살아있는 사람과 반대로 어젯밤으로 계속 흘러가면서 내가 지나왔던 것들을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되는데, 그런 시간이 언뜻 생각하면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 같지만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기를 긍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 면에서 '밤의 문이 열린다'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전소니가 생각하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효연의 입장에서라면 제목에서 중요한 것은 '밤'보다 '열린다'라고 바라봤다.

"효연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는, 문이 열린다는 게 밤보다 더 중요하게 와닿은 것 같아요. 너무너무 존재하고 있다고 외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세계에 있잖아요, 현실의 효연은. 그리고 일단은 결국 그곳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해서 혜정이나 효연이나 결국은 '문이 열렸다'는 데에 안도했어요.

밤이 안 좋은 쪽일까, 어두운 쪽일까 라고 하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밤이 누군가에게는 더 편안하고 더 솔직하고 더 자연스러울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잖아요. 그 밤이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에게는 낮과 밤이 다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둘을 분리하지 않고 내가 그 세계를 잘 유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좋은 답일진 모르겠네요."

전소니는 '밤의 문이 열린다'를 보고 나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혼자 사는 삶이지만,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외로움을 느끼던 찰나에 되게 위로가 됐던 것 같아서, 보시는 분들한테도 그런 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가 이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음… 서로가 연결돼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에 위로를 되게 많이 받았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지연이랑 효연이 자매도 그렇고, (혜정과 수양) 두 여성 캐릭터가 서로 영향받아서 결국엔 성장한다는 게 좋았어요. 연기할 때는 되게 효연 편에 서서 연기했던 거 같은데 관객으로 보니 수양이랑 혜정이 '여기 서서 기다려'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너무너무 슬프더라고요. '나는 어른이 됐는데 왜 너에게 말을 거는 법을 모를까'라는 (혜정의) 내레이션이 있잖아요. 그런데 나중에는 (혜정이 수양에게) '(아빠는) 화내지 않으실 거야'라고 얘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는 게 너무 다행이에요. 혜정에게 그런 자극을 줄 수 있었다는 게 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배우 전소니 (사진=무브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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