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홍콩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껏 고조된 가운데 11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이전에 비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반대하는 친중 성향 시위대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오전부터 홍콩 교사 2만2천여명은 홍콩 센트럴 지역에 있는 차터가든에 모여 송환법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학생들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간간히 빗줄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위에 참석한 교사들은 ‘다음 세대를 지키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 관저까지 행진했다.
오후 3시부터는 카오릉반도 훔홈 지역에서 수천 여명의 홍콩시민들이 집결해 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행진에 나섰다. 이들 시위대는 집회를 마친 뒤 인근 몽콕 경찰서까지 진출해 레이저 포인터를 경찰서에 비추며 계란과 물병을 던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찰이 몽콕 네이선로드(Nathan Road)에 병력을 집결시켜 행진을 저지하려 하자 시위대는 자진 해산했다.
송환법 시위대에 반대하며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도 열렸다. 오후 5시부터 홍콩수호대연맹이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에 있는 타마공원에서 '폭력 반대, 홍콩 구하기'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47만6천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석한 40대 리(李)모씨는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태에 염증이 난다. 폭력으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정부 시위대는 대부분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나 붉은 바탕의 홍콩기를 손에 들고 시위에 참석해 붉은 물결을 이뤘다. 또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부르면서 시위 관리에 나선 경찰들에게 “지지한다”고 외치기도 햇다.
한편 200만 송환법 반대 집회를 성사시킨 민간인권전선이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18일을 하루 앞둔 이날 센트럴 등에서 예정됐던 저녁 집회가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녁 때 몽콕 경찰서에서 대치한 시위대도 경찰서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는 했지만 경찰병력이 차단에 나서자 이전과 달리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 병력이 홍콩 인근 선전(深圳)에 집결한 것을 의식해 불필요한 자극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최근 공항점거 시위 후폭풍으로 시위대 내부에서도 자중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18일 예고된 민간인권전선의 대규모 송환법 반대 집회에 홍콩 시민들이 어느 정도 호응을 보내주느냐에 따라 이번 송환법 반대 정국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와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시위대는 내부적으로 200만 홍콩 시민들이 참석한 지난 6월 16일 집회 이상의 집회를 성사시키겠다며 집회 참여 독려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