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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쓰고 들어와, 비전 안보여…선망의 '경찰청' 기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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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 경쟁 사라진 경찰청…입모아 "떠나고 싶다"
'경위→경감→경정' 승진 고리 끊기고…
국회·행안부 등 외부 '빽' 등에 업고 '무혈 입성'
"밖에서 인맥 쌓지 뭣하러 젊어서 고생하나"

(사진=연합뉴스)

 

경찰청(본청)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치열했던 입성 경쟁은 사라졌고, 기피하는 분위기만 팽배했다. 몰아치는 격무와 '당근 없는 채찍'이 가장 큰 이유지만 말 못할 속사정은 또 있다. 이른바 '빽'(연줄)이라는 게 아직도 작용하는 곳이어서다.

본청은 15만 경찰 조직의 컨트롤타워다. 안으로는 내부 정책과 지침을 수립하고 밖으로는 기관 대 기관 업무로 경찰을 대표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 경찰과는 또 다르게 회의와 기획, 보고서 작성과 추진 등 각종 사무가 일년 내내 쏟아진다.

그럼에도 과거부터 본청에는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경쟁적으로 몰려들었다. 경위 때부터 본청에서 근무해야 경감 때도, 경정 때도 본청에서 일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약속과 믿음 때문이었다.

더욱이 본청에서 계장(경정)만 달면 총경으로의 승진은 사실상 보장됐기 때문에 업무가 과중하더라도 '입신양명'이라는 목표 아래 경위 때부터 꾹 참으면서 버티고, 묵묵히 일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경위→경감→경정'으로 이어지던 승진의 고리가 끊겼다. 그사이 경감, 경정급 직원들 중에 국회의원이나 행정안전부 등 외부 기관의 빽을 등에 업고 본청에 무혈 입성하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한 본청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이 고생은 고생대로 다했는데 정작 외부 빽을 써서 치고 들어오는 상황을 보면 힘이 쫙 빠지고 허탈한 게 사실"이라며 "본청 직원들 사이에서 '비전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자 승진 고리의 첫발인 경위급 직원들 사이에서 본청 기피 현상은 특히 심하다.

보직 공모를 내도 지원자가 적어 미달되고,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마저 떠나려는 분위기다. 본청 내부에서는 "주임(경위)들한테 되도록 욕하지 말고 잘해주자"는 말까지 돈다.

다른 관계자는 "본청 바깥에 근무하며 외부 기관 인맥만 쌓아두면, 승진 시험에 합격하거나 로스쿨 변호사로 경감이 돼서 원할 경우 언제든 빽으로 본청 입성이 가능한데 뭣하러 주임 때부터 본청에서 3~4년을 고생하냐"고 꼬집었다.

여기에 본청 계장에서 과장(총경)으로의 승진은 여전히 상당 부분 보장되고 있다는 게 본청 기피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평가다.

또 다른 본청 관계자는 "아직도 계장들은 끝까지 버티며 밑에 직원들을 소위 '피 빨아서' 승진하는 구조"라며 "아무런 보상도 없이 빽에 치이면서 격무만 고스란히 떠안는 경위, 경감들이 무슨 낙으로 일하겠나"고 되물었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내부 직원들에게 "빽을 써서 승진하는 일은 만들지 말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분위기 속에 직원들은 민 청장의 뜻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요즘 일부 직원들은 빽을 쓰지 말라는 당시 본청장의 이야기를 '되지도 않는 빽으로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빽을 쓰려면 나를 움직일 만큼 제대로 된 빽을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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