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민간 연구원 대표는 주말·휴일도 없이 직원들에게 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했다. 화장실 입구와 사무실 등에 폐쇄회로(CC)TV 10여대를 설치하고 종일 직원들을 감시했다.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가져와 직원들에게 억지로 먹였고, 폭염 속에도 "춥다"며 에어컨 스위치를 '송풍'으로 돌렸다. 특정 직원은 계약 당시와 상관없는 부서로 보내고 컴퓨터에 업무용 프로그램도 설치해주지 않더니 어느 날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이 직원이 사직을 거부하자 '직장 분위기 훼손'을 이유로 해고했다.
#2.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B씨는 타 부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B씨는 이 사실을 인사팀장에게 알렸지만 무시당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달, 인사팀에 공식적으로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지만, 인사팀은 '괴롭힘이 아니라 개인적 갈등'이라며 신고를 무마하려 했다. B씨가 재차 신고를 한 뒤에 인사팀장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했지만, 인사팀장은 "너 때문에 나랑 인사팀이 안 좋은 상황에 처했다. 넌 큰 실수한 거다"라며 도리어 피해자를 협박했다.
직장 내 갑질 관행을 바꾸기 위해 출범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6일 이후 이달 14일까지 한 달 동안 제보받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 가운데 일부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 근로기준법,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약 한 달(휴일, 여름휴가 기간 제외한 17영업일) 동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이메일로 제보 총 1천743건이 접수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하루 평균 102.5건에 달하는 양으로, 법 시행 이전(일 평균 65건)보다 57% 늘어난 수준이다.
직장갑질119는 "기존에는 임금체불, 부당해고, 부당 징계 등과 관련한 제보가 많았으나 법이 시행된 이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제보가 급증했다"며 "기존에는 갑질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노동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 119는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가운데 사안이 중한 경우 증거 자료 등을 수집해 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하고, 비교적 사안이 가벼운 사례에는 당사자에게 신고 방법 등을 안내해줄 계획이다.
직장갑질119에서는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 150여명이 모여 노동 관련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직장 갑질'에 대한 제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이메일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