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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한일전②]韓 야구, 日 안방에도 태극기 꽂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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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베이징올림픽 야구 4강전이 열렸다. 2-2로 동점을 이룬 8회말 한국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이승엽이 통쾌한 역전 투런포를 때려낸 뒤 환호하고 있다.(자료사진=노컷뉴스DB)

 

일본은 한국 야구에 있어 항상 넘어야 할 존재였다. 야구라는 종목이 도입된 것부터 일본이 30년 정도 빠른 데다 프로 출범도 50년 정도 먼저였다. 1930년대 프로팀이 창단된 일본에 비해 한국은 1982년에서야 프로 리그가 출범했다. 축구에서 한국에 열등감을 가진 일본은 야구만큼은 한 수 위라는 자부심이 컸다.

이런 자신감은 일본의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46)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치로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30년 동안 일본을 얕보게 하지 못할 만큼 한국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둔 각오였으나 그만큼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아시아 최고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하지만 뒤늦은 출발에도 한국 야구는 여러 차례 일본을 격파했다. 특히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일본의 자존심을 꺾으며 강자로 부상했다. 한때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두 나라 야구 수준도 많이 좁혀지면서 이제는 라이벌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 정상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74번째 광복절을 맞아 야구 역대급 한일전을 돌아본다.

▲日 이치로의 콧대를 꺾다

2006년 WBC에서 이종범(왼쪽)이 일본과 2라운드 8회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뒤 바람처럼 내달리는 모습과 이 경기 승리로 4강을 확정지은 뒤 서재응이 태극기를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꽂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2006년 WBC는 세계 야구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축구 월드컵처럼 야구도 명실상부한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로 만들기 위해 종주국 미국이 야심하게 꺼내든 카드였다. 올림픽에 나서지 않는 메이저리거들까지 총망라했다.

당시 대회를 앞두고 이치로는 앞서 언급한 발언을 내놨다. 이미 이치로는 2001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왕과 MVP를 석권했다. 일본과 미국을 주름잡은 이치로에게 한국은 대만 등과 함께 일본보다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한국은 이치로의 콧대를 보기좋게 꺾었다. 특히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WBC 1라운드에서 한국은 1 대 2로 끌려가다 8회 이승엽이 통렬한 2점 홈런으로 승리를 견인해 '국민 타자'의 명성을 떨쳤다. 이 경기에서 최근 은퇴한 이진영은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와 송구로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격파했다. 역시 8회 이번에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2사 2, 3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극적인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 승리로 4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선수들은 태극기를 LA 에인절스타디움에 꽂았고, 일본은 이 장면을 지켜봐야만 했다. 물론 이상한 대진으로 2번이나 한국에 졌던 일본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코리아의 힘을 유감없이 보인 대회였다.

▲"전승 우승" 큰소리 치다 망신 당한 日 감독

2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베이징올림픽 야구 4강전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한 호시노 센이치 일본대표팀 감독.(자료사진=노컷뉴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야구는 일본에 적잖게 자존심이 상했다. 2007년 올림픽 예선에서 이른바 '위장 오더' 사건을 두고 당시 일본 대표팀 고(故)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한국에 대해 공개 망신을 준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일본전 선발 라인업을 경기 직전 바꿨는데 규정에 있다고 해도 관행을 깬 부분이 있었다. 이에 호시노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고, 당시 한국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야구 실력상 앞서는 일본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호시노 감독은 올림픽 본선 출정식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일본 프로야구 정예가 출전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은 메이저리거들이 빠진 가운데 나온 자신감이었다. 한국과 대만 등 다른 국가들은 안중에도 없는 발언이었다. 특히 호시노 감독은 "한국의 경계 대상은 위장 오더"라며 공공연히 당시 사건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일본의 콧대는 보기좋게 꺾였다. 예선에서 일단 한국이 일본을 잡아낸 것. 6회까지 2 대 0으로 앞선 일본은 7회 이대호(롯데)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데 이어 9회 대량실점하며 패했다. 올림픽 예선 3 대 4 패배와 위장 오더 사건의 아픔을 날린 승리였다. 경기 후 호시노 감독은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압권은 일본과 4강전이었다. 한국은 일본과 2 대 2로 팽팽하게 맞섰고, 또 다시 운명의 8회 승부가 갈렸다. 이전까지 1할대 타율에 허덕이던 이승엽이 일본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통렬한 결승 2점 홈런을 날려 결승행을 이끌었다. 당시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던 이승엽은 부진에 대한 마음고생으로 경기 후 눈물을 쏟아냈다. 호시노 감독은 "한국은 강팀"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결국 한국은 쿠바를 꺾고 올림픽 챔피언이 됐고, 일본은 노 메달로 씁쓸히 귀국해야 했다.

▲도쿄올림픽 전초전? 日 잔치 망쳤다

2015 프리미어12 일본과 4강전에서 천금의 동점 및 역전 결승타를 날린 이대호.(자료사진=박종민 기자)

 

2015년은 WBC에 이어 또 하나의 굵직한 야구 국제대회가 열렸다. 메이저리그가 주도하는 WBC에 맞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창설한 '프리미어12'다. 여기에는 베이징 대회 이후 올림픽에서 빠진 야구의 정식 종목 재채택과 유지에 힘을 싣기 위한 포석도 있었다.

2015년 1회 대회의 개막전과 4강, 결승 등 주요 경기는 일본에서 열렸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해 기세를 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개막전에서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5 대 0 완승을 거두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일본의 자존심은 한국에 의해 큰 상처를 입었다.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 4강전에서 다시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개막전처럼 일본이 자랑하는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가 선발 등판해 한국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8회까지 3 대 0으로 앞서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은 9회만 대거 4득점하며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대호가 동점 및 역전 결승 2루타로 '조선의 4번 타자' 별명을 얻었다. 결국 한국은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안방에서 잔치를 하려던 일본의 계획을 망쳤다.

이외에도 역사적인 야구 한일전은 꽤 있다. 김재박의 개구리 점프 번트와 한대화의 결승 3점 홈런이 장식했던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이승엽이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무너뜨린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봉열사' 봉중근이 날카로운 견제구로 이치로를 혼비백산하게 만든 2009년 2회 WBC 등이다.

내년에는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과연 일본의 안방에서 한국 야구가 또 다시 역사에 남을 짜릿한 승전보를 전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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