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사진=방송화면 캡처)
친일 논란에 휩싸인 뉴라이트 계열 학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현 이승만학당 교장)의 MBC 기자 폭행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이 전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시민단체에서는 이 전 교수의 서울대 명예교수 해촉을 요구하고 나섰다.
위안부 성노예화 등을 부정하는 등 친일 논란에 휩싸인 책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이영훈 전 교수는 지난 4일 입장을 듣고자 찾아온 MBC '스트레이트' 취재기자에게 고함을 지르고 녹음 장비를 내려치는 것은 물론, 취재기자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취재진에 따르면 이후에도 이 전 교수는 취재진에게 약 20분간 '야, 인마' 등의 폭언과 반말을 섞어가며 강압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이 같은 장면은 지난 7일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이영훈 전 교수는 '월간조선' 기자와의 통화(8월 4일 월간조선 '반일종족주의> 저자 이영훈 교수, 기습 취재하는 MBC 기자와 충돌' 기사 중)에서 "몇 차례 거절하고 경고했음에도 계속 따라붙으며 인터뷰를 강요한 것도 폭력이고 인격권 침해 아닌가. 내 행동은 정당방위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사진=방송화면 캡처)
◇ 언론노조 MBC본부 "이영훈 교수는 '야만적' 폭력 행위를 즉각 사죄하라"
해당 사태 이후 이영훈 전 교수의 폭행과 폭언에 대한 규탄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이 전 교수에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오동운, 이하 MBC본부)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이영훈 교수는 '야만적' 폭력 행위를 즉각 사죄하라"라고 촉구했다.
MBC본부는 이 교수 측이 지난 7일 MBC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기습 인터뷰는 계획된 폭거이자, 폭력 행위"라고 주장하며 해당 영상의 방송을 금지하는 가처분까지 신청했지만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 본인의 발언으로도 반박할 수 있는 잘못된 주장인 동시에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는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MBC본부는 이 전 교수가 지난달 자신의 연구원이 침을 맞은 사건에 대해 "타인의 신체에 대해 어떠한 위해도 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근대사회의 가장 기본 윤리"라며 "이런 것이 종족주의의 '야만성'"이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했다.
이번 MBC 기자 폭행 및 폭언에 대해 이영훈 교수의 발언을 빌어 MBC본부는 "이 교수 본인의 말대로 이 교수의 폭력 행위는 근대 사회의 기본 윤리를 벗어난 야만적 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책 '반일 종족주의-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이영훈, 김낙년, 김용삼, 주익종, 정안기, 이우연 지음) (사진=교보문고 제공)
◇ "위안부는 소규모 영업" 이영훈 전 교수 발언 지적하기도MBC본부 "이 교수는 스스로 우리 사회에 논쟁적 주장을 던진 공인이다. 더구나 이 교수 자신도 자신의 주장에 대해 언론과 학계가 침묵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반박'을 요청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는커녕 저속한 욕설과 폭력 행위로 답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책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이영훈 전 교수는 "일제 식민지배 기간에 위안부 성노예화는 없었다", "일제가 쌀을 수탈해간 것이 아니라 쌀을 수출한 것이다", "위안부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행해지는 소규모 영업이었고, 위안소 업자와 계약관계" 등의 주장을 펼쳐왔다. 또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반일 정서를 폄하하기도 했다.
이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영훈 전 교수의 발언 등을 들며 MBC본부는 "평소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감정적 대응'이라거나 심지어 '비지성적 행태'로까지 폄훼했던 이 교수가 어째서 스스로는 젊은 기자의 질문에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야만적 폭력을 휘두른 것인가"라며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당장 언론 자유와 취재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물론 그에 앞서 자신이 저지른 야만적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현 이승만학당 교장) (사진=이승만TV 유튜브 화면캡처)
◇ 이영훈 전 교수, 2004년에도 '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사과'…"교수 자격 없다"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도 9일 논평을 발표하고 이 전 교수의 서울대 명예교수 해촉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민언련은 과거에도 이영훈 전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사례를 소개했다.
이 전 교수는 지난 2004년 9월 2일 '과거사 진상 규명 논란'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한국은 1930년 일제 징용령이 발동된 뒤 약 11만 명의 군이 일본군에 참전했고, 그중 다수의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대체로 (위안소에) 갔다 왔다"면서 "한국전쟁 때도 위안소가 있었다고 최근 어떤 연구자가 발표했고, 이후 대한민국의 합법적인 지원 아래 미군들의 위안부가 수십만 명이 있었다. 그런 점에 하등의 자기성찰적 반성이 없이 오늘날 제기되는, 정략적으로 과거사를 해결한다는 자체가 연구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청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방송 이후 논란이 거세자 이영훈 교수는 2004년 9월 6일 경기도 광주군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 방문해 "이번에 본의 아니게 MBC 방송 토론에서 제기한 문제로 인해 할머니들의 인격을 비하한 발언이 나오게 됐다"라며 "내가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토론회 당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거듭 사과한 바 있다.
또한 당시 이 교수는 "내가 한 발언은 일제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고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는 문제의식 위에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는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적 고통에 동참하고자 한다"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할머님들은 "진솔한 사과가 없다"라며 이 교수를 돌려보냈다.
민언련은 "이런 자의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보를 취재해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비판할 점이 있다면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고 짚으며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사람은 '교수'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언련은 "역사를 거스르며 현재의 국제적 질서까지 무너뜨리는 퇴행적 일본 제국주의에 동조하는 한국인이 있다니 그 자체로 해외 토픽감"이라며 "진실에 근거하여 연구하여야 할 학자가 연구자의 탈을 쓰고 지식인 흉내를 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남은 것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 서울대 등 이영훈 씨 일파에게 교수직을 주고 있는 기관들의 결단"이라며 "자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부정하고 반세기 전에 사망 선고를 받은 일본 제국주의를 받드는 자들이 '교수직'을 달고 있다면 그 학교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