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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천국 연출한 류현진과 '불운' 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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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

 


잠시나마 투수들의 무덤이 아닌, 마치 투수들의 천국 같았다.

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란히 선발 등판한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홈팀 콜로라도 로키스의 헤르만 마르케즈는 누구도 예상 못한 명품 투수전을 연출했다.

류현진은 6이닝동안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철저하게 낮은 코스를 공략했고 실투는 거의 없었다. 땅볼 아웃 9개를 잡아낸 반면, 뜬공 아웃은 2개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쿠어스필드에 적합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마르케즈는 류현진과 다른 방식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시속 160km에 가까운 빠른 공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위력을 발휘했다. 6이닝동안 무려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2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류현진과 마르케즈는 지난 쿠어스필드 등판 때 각각 안 좋은 기억을 남겼다.

류현진은 6월말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4이닝동안 홈런 3방을 얻어맞으며 7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올해 한경기 3자책점 이상을 내준 유일한 경기다.

마르케즈는 더 안 좋았다. 지난 7월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⅔이닝 11피안타 11실점을 기록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류현진과 마르케즈는 쿠어스필드 악몽을 이겨내고 빠르게 반등했다.

류현진은 이후 4경기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마르케즈는 투수에게는 쉽지 않은 뉴욕 양키스 원정과 신시내티 레즈 원정에서 나란히 7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리고 두 선수는 모두 쿠어스필드 마운드에 올랐고 부활을 꿈꿨다.

쿠어스필드는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난타전이 익숙한 장소다. 다저스와 콜로라도는 3연전 첫 2경기에서 총 23점을 주고 받았다.

두 선수는 쿠어스필드를 투수들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스코어보드를 숫자 0으로 가득 채웠다. 마르케즈는 힘으로 압도했고 류현진은 자신의 강점인 마운드 운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마르케즈의 마무리는 불운했고 류현진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다.

마르케즈는 7회초 등판을 앞두고 몸을 풀다가 갑자기 다리 경련 증세를 호소해 교체됐다.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을 향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올시즌 개인 최다 탈삼진 10개를 잡는 등 마르케즈는 강력한 다저스 타선을 상대로 올해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쿠어스필드 악몽 이후 3경기 연속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기에 콜로라도로서는 그의 몸 상태가 더 걱정될 수밖에 없다.

6회까지 투구수 80개를 기록한 류현진은 7회말을 앞두고 교체됐다. 0대0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시즌 12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 기록인 시즌 평균자책점을 1.66으로 낮춘 것 그리고 천적 놀란 아레나도와의 세 차례 맞대결을 모두 아웃 처리했고 더 나아가 쿠어스필드 악몽을 씻어냈다는 점에서 류현진에게도 소득은 컸다.

0의 균형은 류현진과 마르케즈가 나란히 마운드를 떠난지 한참 뒤에야 깨졌다. 한순간에 깨졌다. '투수들의 무덤'은 여전했다.

이날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신인 포수 윌 스미스가 9회초 결승 3점홈런을 때렸다. 이어 크리스토퍼 네그론이 쐐기 투런포를 터뜨렸다. 콜로라도도 9회말 뒤늦게 1점을 만회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다저스는 5대1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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