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안했나? 맞춰봐라" 부산시의회 의원들 '갑질' 질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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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회 시정질문서 이성숙 의원, 면박성 질의 논란
질문요지서 질의 직전 전달, 40분 동안 퀴즈쇼?
공무원 노조, 시의원 '갑질'행태에 강경 대응해야

부산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성숙 시의원이 답변에 나선 부산시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면박성 질의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CBS)

 

부산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시의원들이 부산시 실·국장들에게 호통, 면박성 질의를 일삼아 과거 '갑질 의회'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질의 직전에 질문요지서를 전달한 뒤 조롱하듯 질의를 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부산시공무원 노조가 집단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오전 열린 제279회 부산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복지환경위원회 이성숙(더불어민주당, 사하구 2) 시의원은 부산시 민간투자사업이 잇따라 패소한 것에 대한 시정질문에 나섰다.

부산시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민간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법률지원조직이나 법률지원체계가 미비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질문 과정에서 이 의원은 답변에 나선 부산시 이병진 부산시 기획조정실장에게 무례한 방식으로 질의를 하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실장님께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맞춰보십시오. 수정-백양산 터널 소송, 부산항대교 소송, 수영만 요트경기장 소송, 생곡생활폐기물연료화 소송은 4가지 공통점이 있으니 말씀해 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답변에 나선 이 실장이 "다 패소를 한 사업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조소 섞인 표정으로 "딩동댕~ 하나 맞췄습니다. 또 말해 보십시오"고 말했다.

이후 부산시가 부산항대교 자금재조달 이익 소송에서 패소한 부분에 대한 질문에 나선 이 의원은 "실장님 공부 누가 시켜줬습니까? 수장이 이 정도 알고 있는데 밑에 계신 분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힌트 드렸는데 공부 안 하셨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법은 광역의회가 시나 교육청에 대해 시정질문을 할 때 질문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질문요지서에 포함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의장은 시정질문 첫날 48시간 전까지 질문요지서를 집행기관에 보내야 한다.

시정질문이 시정 특정 분야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인 만큼,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통상적으로 의원들은 구체적인 질문을 20개에서 최대 40개까지 사전에 보낸다.

지방자치법 제42조에 따르면 질문을 하려는 의원은 미리 질문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의장은 시정질문 첫날 48시간 전까지 질문 요지서를 해당 기관에 송부한다. 질문요지서에 포함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요구할 수 없다. 보통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를 구체적으로 적어 해당 기관에 전달한다. (좌 세페이지), 하지만 이성숙 의원은 질문요지서를 질의 당일 전달했다. (부산 CBS)

 

하지만, 이 의원은 부산시의 최근 5년간 승패소 현황과 배상액, 관리 현황 등 광범위한 질문 3개를 그것도 질의 직전 전달했다.

이후, 마치 '퀴즈쇼'를 하듯 부산시의 구체적인 소송 현안에 대해 50분 가까이 조롱섞인 발언으로 면박성 질의응답을 이어간 것이다.

그밖에 앞서 22일 열린 임시회 시정 질의에서는 구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 기장군2)의 '부산형 커뮤니티케어 추진'에 대한 질의도 도마에 올랐다.

구 의원은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장에게 시종일관 공격성 질의와 호통, 훈계성 발언을 일삼아 논란이 됐다.

구 의원의 질문 공세에 일부 의원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부산시의회의 한 의원은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에 분명 문제가 있고, 시의원이 이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것도 맞다"며 "하지만 이를 질문하는 과정이 공무원이 죄인인양 몰아가면 열심히 질의를 준비해도 잘 전달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시정질문에서 일부 시의원들의 '갑질 질의'가 잇따르자 부산공무원 노조 차원에서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시정질문이 아니라 취조 수준이다. 쥐 잡는 수준이다", "시의원들의 자만감이 지나치다", "질문도 예의를 갖춰서 해야 한다", "답변을 하는 공무원도 누군가의 아버지, 딸, 아들이다", "시의원이 마치 스무고개 하듯 질문을 하고 답하는 간부를 조롱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듯 한숨짓고, 공직자로서 자존감이 무너진다"라는 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부산시공무원노조는 문제가 된 발언, 행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 뒤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공무원 노조의 한 간부는 "부산시 행정에 대해 질의, 질타하는 것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원들의 책무이지만 마치 공무원을 대역죄인으로 몰아 시민 vs 공무원 간 편 가르기로 윽박지르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며 "시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전수조사와 갑질 피해사례를 모아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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