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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부르는 '리벤지 포르노' 아니라 '비동의 性적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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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공포 '디지털 성범죄' ⑤] 미국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현황
'리벤지 포르노', 범행 동기를 '복수'로 제한하는 한계점 있어
美 사이버인권보호기구, '비동의 성적 영상'이란 용어 공식 사용
미국 뉴욕주, 불법 촬영의 다양한 목적을 구성요건에 포함
美 사이버인권기구, 韓 한사성·DSO 등 다양한 비영리 단체 적극 활동
美,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방안으로 '청소년 교육' 논의
'불법 촬영·유포=범죄'라는 인식 교육 중요

사이버인권보호기구(Cyber Civil Rights Initiatives·CCRI) 홈페이지 (사진=CCRI 홈페이지 화면캡처)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부터 '언론인 단톡방', 최근 일어난 김성준 전 SBS 앵커의 불법 촬영 사건까지,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지난 1편부터 4편까지는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디지털 성범죄'란 무엇인지 짚어봤다. 남은 두 편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가장 먼저 이뤄진 국가 중 하나인 미국, 그리고 세계적으로 가장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고 평가받는 호주의 상황을 알아보려 한다. 미국과 호주 사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8년 발간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해외 주요국의 제도적 대응 실태조사'를 기본으로 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성범죄, '디지털'과 결합해 일상을 위협하다
② 고작 "스릴 만끽"…시시각각 여성 노리는 '카메라'
③ "벌금만 낸 전 남친이 재유포"…불법촬영 2차 피해 심각
④ '유희'로 치부되는 '성범죄'…경찰조차 "뭐가 문제냐?"
⑤ 오해 부르는 '리벤지 포르노' 아니라 '비동의 性적 영상'
<계속>


# 사건 발생_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는 지난해 8월 전 남자친구 최모 씨를 폭행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사건 조사 과정에서 최 씨가 구하라에게 불법 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나며 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문제로 확대되며 최 씨를 성폭력 혐의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실에서 많은 여성은 '리벤지 포르노' 피해로 인해 목숨을 끊기도 한다. 죽음 이후에도 불법 촬영물은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소비된다. 누군가는 목숨을 버릴 정도로 두렵고 고통을 주는 불법 촬영물이 단돈 100원에 유통된다.

미국의 불법 유포 가해 동기 (사진='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해외 주요국의 제도적 대응 실태조사' 화면캡처)

 

◇ '리벤지 포르노', 범죄 심각성 담지 못하고 오해 소지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8년 발간한'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해외 주요국의 제도적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불법 촬영의 유포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공백이 지적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불법 유포 범죄와 관련해 미국에서도 여전히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graphy)'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는 가해자의 범행 동기를 '복수'로 제한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실제 불법 유포는 영리 행위나 단순 오락의 목적, 심지어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포르노'라는 표현으로 인해 불법 유포 문제를 성적 자극을 충족시킬 목적의 음란물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사이버인권보호기구(Cyber Civil Rights Initiatives·CCRI) 조사팀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미국 50개 주 인구비례로 추출된 18세 이상 3044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담은 '비동의 음란물에 관한 현황'을 살펴보면,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경우 리벤지 포르노 목적이 '리벤지', 즉 '복수'에만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87명 중 126명이 특별한 가해 의사 없이 친구와 이미지 또는 비디오를 공유·유포했다. '재미' 혹은 '예뻐서' 유포한 사람은 25명, 이별 이외의 이유로 상대에게 화가 나서 유포한 사람은 17명으로 나타났다. 단지 '기분이 좋아져서'라고 답한 응답자고 11명에 다했다. 실제 '이별로 상대에게 화가 나서' 혹은 '상대의 인생을 파멸시키기 위해' 유포한 가해자는 각 1명씩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리벤지 포르노'는 명칭처럼 '복수'를 위해 유포하는 게 아니라는 건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사이버인권보호기구는 '비동의 성적 영상(Nonconsensual pornography·NCP)'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이 단체는 여기에 동의 없는 이미지의 취득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 학계에서도 동의 없는 사적인 성적 자료의 유포에 대하여 '비동의 성적 영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아웃도 지난 2015년 10월에는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 RPO(Revenge Porno OUT)'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의미인 '리벤지 포르노'의 '복수(Revenge)' 대신 단어 정화 운동을 통해 '리벤지 포르노'를 연인 간의 '유포형 범죄'로 명명하고, 유포형 범죄를 포함한 디지털 성폭력 범죄 근절을 위해 'DSO(Digital Sexual Crime Out)'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적용되는 법률 (사진='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 캡처)

 

◇ 미국 뉴욕주, 불법 촬영의 다양한 목적을 구성요건에 포함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4년 '영상물 관음 방지법'을 제정해 휴대폰 등 소형카메라에 의해 촬영되어 온 몰래카메라 촬영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많은 주에서 사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공중의 시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영상물 훔쳐보기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 등을 제정했지만, 공공장소에서 체면을 손상시키는 상황에서 촬영되는 개인의 보호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국립공원이나 연방 건물과 같은 연방 차원에서의 훔쳐보기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됐다.

뉴욕주의 경우 개인의 비동의 성적 영상의 불법 유포에 대한 형사법이 입법되지 않았으나, 허가 없는 촬영에 관해서는 △자신의 또는 다른 사람의 오락, 여흥 또는 영리 목적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흥분이라 성적 만족 목적 등 불법 촬영의 다양한 목적을 구성요건에 포함하고 있다.

한편 불법 유포와 관련해 '비동의 성적 영상'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첫 입법은 2004년 뉴저지에서 이뤄졌다. 해당 법률은 동의 없이 성적 이미지나 기록물의 열람, 기록과 함께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또한 '유포'에 출판, 배포, 공유 또는 기타 수단을 이용해 성적 영상물을 인터넷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행위를 포함했다.

이어 2013년 캘리포니아주에서 관련 입법이 이뤄졌는데, 심각한 감정적 고통을 줄 의도로 비동의 성적 영상을 유포하고 피해자가 실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을 것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했다. 이를 6월 이하의 징역과 미화 1000달러(약 118만원)의 벌금 부과가 가능한 경미 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감정적 가해 의사에 대한 검찰의 입증 책임이 크다는 점, 입증에 성공한다 해도 처벌이 너무 경미하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에서는 "프랑스에서도 사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의 화상을 고정하거나 녹화하거나 전달하는 경우와 이를 통하여 획득한 녹화물 또는 자료를 보관하거나 유포하는 경우에 처벌 규정을 두고 있고, 덴마크 형법 또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서 화상을 촬영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라며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진촬영이나 유포를 형벌로 규제하고 있다"라고 우리나라 입법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를 제외하고 독일이나 스위스, 프랑스 등은 모두 성범죄의 영역이라기보다는 프라이버시 침해 내지 인격권의 침해로 파악하고 있으며, 대부분 초상권 내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또는 고도의 사적인 생활영역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법 촬영과 유포를 규정할 수 있는 입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이한기 활동가는 "정말로 불법 촬영이나 유포 범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범죄에 대한 형량이 늘어났을 것"이라며 현행법이나 인식이 불법 촬영이나 불법 유포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했다.

한국사이버 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 이효린 활동가는 "지금 현재 처벌법에 있어서 여러 행위태양으로 나타나는 디지털 성폭력을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 수사기법 등을 메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비영리 민간단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구제·근절 위한 다양한 활동

비동의 성적 영상 유포 피해자였던 홀리 제이콥스(Holly Jacobs)는 지난 2012년 '리벤지 포르노 종결(End Revenge Porn)' 캠페인을 펼쳤다. 당시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활동은 피해자 지원으로 이어지며 2013년 '사이버인권기구(Cyber Civil Rights Initiative·CCRI)' 발족으로 연결됐다.

사이버인권기구는 사이버 상의 범죄, 그중에서도 비동의 성적 영상의 유포에 관한 기술·사회·법적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비영리 단체다. 사이버인권기구에서는 비동의 성적 영상 유포와 관련해 △입법 가이드·모범 법률안(주법, 연방법, 민사법) 제시 △피해자들에게 게시물 삭제 가이드라인, 관련 전문 변호사 등의 정보 제공 △피해자 조사를 실시해 보고서 발간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사이버 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디지털성범죄아웃(DSO) 등이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사성은 사이버 성폭력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여성주의적 관점을 제시해 법과 정책,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또한 상담지원, 영상삭제지원, 수사·법률지원, 심리치료지원 등을 통해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있다. 한사성은 사이버 공간의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교육과 강의활동, 캠페인 등도 진행한다.

DSO는 지난 2015년 10월 28일 국내 최대 디지털 성폭력 사이트 '소라넷' 폐쇄 운동을 위한 '소라넷아웃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폭력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실제로 DSO는 지난 2016년 4월 7일 소라넷 폐쇄라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 10일에는 불법 촬영물과 성매매 정보를 공유해 논란을 빚은 이른바 '언론인 단톡방' 참가자들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DSO도 피해자들을 위해 심리적 지원, 법률적 지원은 물론이고 필터링 업체를 통한 재발 방지와 모니터링 삭제 지원 등 기술적 지원도 함께하고 있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도 여성주의 시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성문화와 제도를 바꾸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법 촬영 범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이 늘면서 지난 2010년부터는 불법 촬영 범죄의 의미를 살피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온라인캠페인 '몰카를 추포하라'를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불법 촬영 범죄의 문제는 물론이고 불법 촬영물을 보는 것 또한 '범죄'임을 알리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온라인캠페인 '몰카를 추포하라' (사진=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제공)

 

◇ '불법 촬영·유포=범죄'라는 인식 교육 중요

불법 촬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법적 공백을 메우고,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가 갖는 범죄 피해의 확장성과 반영구적 피해의 존재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법률 외적 대응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해외 주요국의 제도적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응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소년 교육'이다.

지난 2008년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문자로 나체사진을 보내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20%였으며, 상체 탈의 사진까지 가능하다는 응답자는 40%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에서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하는 행위가 불법 유포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라는 데 대한 청소년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 2017년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서 불법 촬영 및 유포 행위가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중대 범죄임을 국민에게 적극 알리기로 했다. 또한 '몰카'라 불리는 불법 촬영물은 단순한 영상물이 아닌 피해자가 분명 존재하는 '범죄 영상'이라는 인식을 제고하기로 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실제로 예방 교육이라기보다는, 일단 폐해를 알리는 것, '범죄 인식'에 대한 제고 등 계도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라며 "또한 디지털 성범죄가 피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가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사성 이효린 활동가 역시 "애초에 찍히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 하는 게 불법 촬영 문제다. 그렇기에 예방 교육이 얼마나 조심하느냐의 문제로 가면 안 된다"라고 지적하며 "촬영물을 소비하지 않는 것 그리고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고, 착취하고, 욕망하려는 인식을 개선하는 게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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