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탄 여객선에 불"…해경 '필사의 구조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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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승무원·승객, 악천후 불구 침착 대처로 참사 막아

사고 현장 (사진=인천해양경찰서 제공)

 

16일 오전 0시 55분 인천항 해상교통 관제센터에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가 들어왔다. "여객선 기관실에서 불이 났어요"

신고를 한 곳은 중국 친황다오를 가기 위하 인천항을 출발한 1만2300톤급 여객선 신욱금향호였다. 출항 1시간 45분 만이었다. 이 배에는 중국인 관광객 147명·한국인 3명 등 승객 150명과 한국·중국인 승무원 50명 등 모두 200명이 타고 있었다. 화물칸에는 컨테이너 188개도 실려 있었다.

승객석에서 검은 연기와 탄 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무어보다도 불이 난 기관실에는 기름 탱크 등이 있어 불길이 확산되면 대형폭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해경과 승무원, 승객이 한마음으로 침착하게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사고가 나자 승무원들은 곧바로 대피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선실 6층에 있던 중국인 승객 A(53·여)씨는 "배를 탄 뒤 한 시간쯤 지나서부터 탄 냄새가 났다"며 "3층 승객들은 검은 연기가 자욱해 매우 놀란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막 잠에 들었던 상당수 승객은 자리에서 나와 방송과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이동했다. 화재로 선내 전기가 모두 나가 어두운 상황이었지만 승객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피,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모두 갑판으로 대피했다.

불은 승무원들이 고정 소화장치를 작동시키고 기관실을 밀폐하면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3005함으로 대피하는 승객들 모습. (사진=인천해양경찰서 제공)

 

해경 구조정은 신고 접수 30여분 만인 오전 1시 25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로 카페리 주위가 칠흙같이 어두웠지만 해경은 6m 길이의 줄사다리를 이용해 사고 선박에 올랐다.

이어 승객들을 안정시키고 여객선 안전을 살폈다. 해경은 2차 폭발을 우려, 수시로 기관실 외부 온도를 점검하며 화재 확산 가능성을 살폈다. 승객 대부분이 중국인이어서 대피 안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승무원과 한국어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한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해경을 도와 빠르게 대피 준비를 마쳤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해상은 심야인 데다 선내 정전으로 어둡고 초속 2~4m의 비바람도 불어 항공기를 이용한 구조가 불가한 상황이었다"며 "최악의 상황에는 승객들이 바다에 뛰어내릴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승객 대부분이 40~60대인데다 여성, 노인도 있어 6m 사다리를 이용해 구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인천 해역에서 가장 큰 3000톤급 함정 3005함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다.

휴무여서 전용부두에 정박 중이던 3005함에 비상소집이 떨어졌다. 각자 집에서 자고 있던 3005함 해경대원 50명은 긴급 출항해 이날 오전 4시 32분 현장에 도착했다. 악천후로 해경함정을 사고선박 가까이 이동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두 선박의 갑판 높이가 같아 수평 이동 사다리를 설치하면서 힘들었던 구조 작업에 물꼬가 트였다.

해경은 이 사다리를 이용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승객 1명(60·여·중국인)을 먼저 구조한 뒤 나머지 승객을 모두 3005함으로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3005함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무사히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구조된 승객 상당수는 이날 중국 톈진행 여객선을 통해 출국했으며, 나머지 승객은 잉커우행 여객선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다만, 갑작스런 대피로 승객들의 짐들은 여전히 사고 선박에 남아 있어 예인을 마친 뒤 각 승객의 거주지로 안전하게 배송할 계획이다.

불은 선박 엔진 일부를 태웠지만 기관실 내부에 설치된 소화장치가 작동하면서 꺼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조만간 사고선박에 대한 안전점검을 마친 뒤 예인할 계획이다. 또 사고선박의 선사와 선장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선박 안전관리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대형 화재 사고로 이어졌다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해운사와 선원들은 출항 전과 후 선박의 안전점검을 꼼꼼히 시행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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