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씨의 과거 마약 사건 담당 경찰관이 제보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시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박모(47) 경위에게 직무유기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박 경위는 지난 2015년 여성 A씨의 지인들로부터 마약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고 이 사건에 연루된 해당 여성과 황하나씨 등을 부실하게 수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경위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넨 B(46)씨와 C(37)씨에게는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용역업체를 운영하면서 평소 박 경위와 알고 지냈으며, 해당 사건을 제보하면서 500만 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C씨는 당시 자신과 교제하던 여성 A씨가 대학생 조모씨로부터 마약을 받아 이를 투약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자 C씨는 경찰 수사를 진행해 조씨를 처벌받게 하되, A씨는 처벌을 받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로 박 경위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범죄는 보통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이 아니라 형사과 마약전담팀 등에서 수사하지만, 박 경위는 재벌가 자녀인 황씨가 연루된 사건이므로 파장이 클 것이라는 내용의 첩보를 만들어 수사 지휘부를 설득했다.
이후 박 경위는 조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뒤 그를 구속했지만, 이 과정에서 추가로 혐의가 드러난 황씨와 A씨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당시 조씨만이 기소 의견, 나머지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 결과 황씨는 검찰에서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조씨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B씨와 박 경위 모두 원래부터 돈을 빌려주고 받았던 사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빌린 돈을 갚은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이들에게 뇌물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과 이달 3일 두 차례에 걸쳐 박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반려하고 보강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한편 경찰은 황씨가 실제로 경찰과의 유착을 통해 사건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고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지만, 이같은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초 황씨는 지난 2015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지인들에게 "삼촌과 아빠가 경찰청장과 베프(친한 친구)다"라고 말했었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황씨의 외삼촌인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등 가족 4명을 조사하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용 내역 등을 모두 살펴봤지만, 경찰 고위직과의 통화 내역이나 문자 메시지 등이 오간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황씨의 휴대전화에서도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경찰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은 발견되지 않았고, IP 추적 등에서도 서장실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황씨는 지인들에게 거짓말을 한 이유에 대해 "상대방이 자신이 부장검사와 친하다고 해, 흥분해서 홧김에 그런 말을 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형을 구형받았다. 그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