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욱 대검 차장검사(사진=연합뉴스)
봉욱(53)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수사권조정은 필요하지만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에 담긴 안건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26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봉 차장은 27일 오전 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올해로 제정된 지 65년이 되는 형사소송법과, 70년이 되는 검찰청법을 국민의 인권과 사법적 정의를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보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형사사법이 추구하는 근본 가치와 추상적인 원칙과 함께 구체적인 상황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살펴야만 한다"며 수사방식 변경에 여전히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피력했다.
수사권조정 법안 내용을 두고 검·경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기본법을 바꾸고 수사 방식을 변경하는 데는 더 꼼꼼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편 것이다.
봉 차장은 "사법경찰관의 견해와 지휘 검사의 판단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것인지, 검찰과 경찰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며 검찰과 경찰의 협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봉 차장은 또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범죄가 아동학대, 성폭력, 살인사건과 같은 형사사건으로 변하고 있다"며 민생범죄 수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봉 차장은 "현재 형사부 검사 한 명이 월 140건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면서 "한 사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1시간 30분에 불과하다"며 열악한 수사 환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부 검사가 사건 당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을 일본 검찰 수준(1인당 월 50건 정도)으로 늘리고, 검사·수사관·실무관의 전문성 강화도 주문했다.
또 민생범죄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초동 수사 단계부터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관련법 개정·보완 등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봉 차장은 또 "국민들은 장애인, 아동, 여성, 노인,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취약 노동자 등 기댈 곳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 안전 범죄에 대해 국가가 사려 깊게 예방하고 엄정히 처벌해 주기를 요구한다"며 인권선진국에 맞는 검찰의 변화도 주문했다.
봉 차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추천됐지만, 윤석열(59)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종 지명되자 지난 20일 검찰내부망(이프로스)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봉 차장은 1993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등을 거쳐 2017년 대검 차장으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