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장면 (자료사진=노컷뉴스)
앞으로 동·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과 개최지 결정 방식이 크게 바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7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끝난 제134차 총회에서 실무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여 올림픽 유치 결정과 관련한 규정 변경을 의결했다.
먼저 올림픽 개최 7년 전 총회에서 투표로 차기 유치도시를 결정하던 것부터 바뀐다.
IOC는 올림픽 유치지 결정에서 유연한 일정을 확보하고자 7년 전 총회에서 개최지를 결정한다는 내용을 올림픽 헌장에서 삭제했다.
IOC는 규정 변경에 앞서 먼저 이런 방식을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
비용 문제 등으로 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여러 도시가 포기한 상황에서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두고 프랑스 파리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두 도시가 격돌하자 순차 개최를 결정한 것이다.
IOC는 2017년 9월 총회에서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파리를, 2028년 개최지로 LA를 동시에 발표했다. 개최지 순차 발표는 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LA는 올림픽 개최 11년 전에 개최지로 결정됐다.
IOC가 빈발하는 올림픽 유치 포기 사태를 막고 올림픽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자 7년 전 결정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올림픽 소식을 다루는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는 분석했다.
이번 규정 변경은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은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개최 도전 의사를 IOC에 건넸다. 인도, 인도네시아, 독일의 여러 도시, 호주, 이집트 등도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7년 전인 2025년 IOC 총회에서 개최지가 결정될 터였지만, 관련 규정 삭제로 상황이 달라졌다.
IOC는 또 유치도시 한 곳으로 적시하던 유치 단체를 여러 도시, 지역, 나라 등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총회에서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가 결정된 사례에서 보듯 인프라 등을 고려해 한 나라의 여러 도시가 올림픽 분산 개최를 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치 신청 지역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활발한 유치전을 유도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기존 시설을 충분히 활용해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이자는 현재 IOC의 목표와도 들어맞는다.
IOC는 또 올림픽 유치지 결정 때 현재 평가위원회를 대신하는 '미래 유치 위원회'(Future Host Commissions)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래 유치 위원회는 하계올림픽의 경우 10명, 동계는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모두 IOC 집행위원회에 속하지 않은 이사들로 구성돼 투명성을 확보할 참이다.
미래 유치 위원회는 유치 신청 지역을 면밀히 검토해 후보 도시를 집행위원회에 추천하고, 집행위원회는 미래 유치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단수 후보를 IOC 총회 투표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인사이드더게임즈는 내다봤다.
이러면 복수의 도시가 총회 투표에서 격돌하던 장면도 사라진다. 투표권을 쥔 IOC 위원들에게 음습하게 이뤄지던 뇌물 관행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