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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제뉴스가 진짜 한국경제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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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 '패닉' 남발 가짜 경제뉴스 유포하는 한국 경제저널리즘 현주소
'가짜뉴스' 오남용에 일반 소비·투자심리 위축
'최저임금' 관련 2018년 한해 6개 경제지 최대 4343건 쏟아내…대부분 부정적 제목
'세습자본주의' 형태 지닌 한국에서 언론의 종속 문제 지적
"언론인 재교육·미디어 비평 등 적극 모색해야"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미디어공공성포럼(위원장 이창현 국민대 교수) 공개 세미나 '가짜뉴스가 한국경제 망친다'에서 현재 '가짜 경제뉴스'가 얼마나 많이 유포되고 이로 인한 폐해가 큰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패닉' '참사' '위기' '쇼크' 등 국내 언론 상당수의 경제 보도 관련 제목만 보면 한국 경제 상태는 말 그대로 고사 직전이다. 그러나 경제뉴스 대부분이 정파성에 치우치거나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이른바 '경제 저널리즘'의 표준을 크게 벗어나며 오히려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가짜 경제뉴스'가 얼마나 많이 유포되고, 이로 인한 폐해가 큰지 그동안 한국 경제저널리즘의 역사와 현주소를 살펴봤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미디어공공성포럼(위원장 이창현 국민대 교수) 공개 세미나 '가짜뉴스가 한국경제 망친다'에서다.

조선일보 출신으로 한겨레신문 경제부장 등을 역임한 이봉수 원장은 언론이 외환위기의 주요 공범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가짜 경제뉴스가 횡행하고 있음을 짚었다.

이 원장은 한국 경제와 언론의 실상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신자유주의'로, 언론도 경보시스템의 역할을 하기보다 과도하게 우편향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당시 언론은 규제완화와 개방을 더 서두를 것을 정부에 촉구했고, 규제완화에 따른 재벌의 금융장악으로 이어졌다.

경제 관련 통계에서도 수출뿐 아니라 고용, 생산 등 여러 변수를 다 함께 고려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통계의 일부분만을 가지고 경제 상태를 지나치게 '위기' '참사' 등으로 보도해 경제 불안감을 심화시켰다.

경제보도에서 자주 보이는 '공황' '패닉' '쇼크' 등 주관적 용어와 제목 인플레이션 등 전반적으로 과장이 심한 보도 역시 불안감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경제위기'라는 표현의 경우 미국 AP통신사는 보도지침에 두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경기후퇴(recession)'라는 표현을 쓰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경제위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봉수 원장은 "그릇된 경제뉴스 보도가 특히 경제침체 때는 지렛대 구실을 한다"라며 "경제는 소비심리와 투자심리 등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보도 용어를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경제뉴스는 '가짜'일지라도 우리 경제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정책을 왜곡해 체질 개선을 막는 힘이 있다"라며 "경제 관련 '가짜뉴스'는 통계까지 선별적으로 오용·남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사실로 믿기 쉽다. 이는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실제로 경기침체를 가속화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의 발제 '가짜뉴스가 한국경제 망친다' 중 (사진=발제문 캡처)

 

또한 정파적이거나 정권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낙관적 또는 관성적 보도를 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 관련 보도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정책의 하나인 최저임금제 관련 2018년 한 해 동안 6개 경제지를 '최저임금'으로 검색하면 매체별로 최대 4343건, 최소 2232건의 기사가 나온다. 대부분 기사에 '해고 도미노' '고용 참사' 물가 폭등' 등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논조의 제목이 달려 있다.

이봉수 원장은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최근 전반적으로는 고용이 늘고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줄어드는 등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라며 "그러나 실업자 수 증가에 초점을 맞추는 등 보도하고 싶은 것만 보도하는 '프레이밍 현상'이 경제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언론의 자유도가 높을 때 가짜뉴스가 창궐하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데가 우리나라"라며 "극우 유튜버들도 심각한 문제지만 영향력 면에서 보면 기성언론의 책임이 더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가짜뉴스'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에 종속돼 가는 '경제 저널리즘'이 제자리를 찾고, 언론인 양성과 재교육 과정에서 경제 저널리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원장은 공영언론은 가짜뉴스 사실 확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민간 언론사도 미디어 자체비평과 상호비평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일반인을 상대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기회도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미디어공공성포럼(위원장 이창현 국민대 교수) 공개 세미나 '가짜뉴스가 한국경제 망친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토론에 나선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경제보도의 문제가 거듭 나타나는 배경에 대해 "과거에는 권력으로부터의 종속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자본에 대한 종속이 우리나라 언론이 가진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물론 자본에 대한 종속 문제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 보편적 문제이나 재벌의 '세습자본주의' 형태를 지닌 한국에서 언론의 종속 문제도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양태로 진행되고 있음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한국처럼 세습 자본주의가 일반화된 경우는 예외적 경우"라며 이 같은 한국 자본주의가 가진 독특한 양상과 이로 인해 심화된 언론 종속 문제를 풀어내지 않는 이상 경제보도 관련한 문제는 거듭될 것임을 지적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언론의 자본 종속과 경제 저널리즘을 상실한 보도 문제를 이제는 기사 개별적으로 지적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구조와 '프레임'을 짚어봐야 할 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역사적으로 오늘만 이런 가짜 경제뉴스가 있었던 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똑같은 패턴으로 '프레임'이 돌아가고 있음을 설명하고 그런 쪽에 집중하며 풀어나갔으면 한다"라며 "기사 하나하나에 대한 팩트 체크가 아니고, 통계와 전체 흐름을 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경영 KBS 기자는 "한국 언론이 경제위기를 과장해서 보도하면 투자자까지 혼란스럽게 만들고, 경제위기가 오고 있어도 정파적인 이유로 축소하면 자본주의에도 해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기자는 "'경제침체' '공황' '패닉' 등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라며 "좀 더 많은 미디어 비평이 등장하고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공영방송은 이 시장에 반드시 뛰어들어야 한다. 더 많은 프로그램과 팩트 체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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