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방경찰청 청사 전경(사진=전남지방경찰청 제공)
광주광역시 인근에 위치한 전남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현장 대응 능력이 떨어져 치안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들 경찰서의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의 절반이 50대 이상이어서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7일 나주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런 우려가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나주경찰은 지난 5월 27일 전남 나주 영산포 터미널 근처에서 40대 남성이 여성을 성희롱을 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인근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50대 경위 2명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A 경위는 범행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40대 용의자에게 가슴 부위를 발로 차여 정신을 잃었다. 게다가 B 경위는 수갑을 챙기지 않고 출동해 용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지역 경찰은 경찰서가 아닌 파출소나 지구대 등에서 근무하는 경찰로 112 등으로 사건·사고가 접수될 경우 가장 먼저 출동해 현장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나이 든 경찰들이 파출소나 지구대에 집중 배치되면서 제2, 제3의 나주경찰 사건이 반복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 보면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등으로 경찰의 고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경찰은 지역 경찰 근무자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 요건조차 마련해두지 않고 있다.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관계자는 "현장에서 지역 경찰 근무조를 짜는 과정에서 근무 경력이나 연령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지역 경찰 근무 자격과 관련해 나이 등의 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24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광주를 둘러싼 5개 전남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지역 경찰 440명 중 210명이 만 50세가 넘는 나이 든 경찰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전남 나주·영광·화순·장성·담양 등 광주광역시 인근 5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의 48%가 50세를 넘긴 경찰이었다. 또 5개 경찰서의 440명의 지역 경찰의 85%인 370여 명이 경위 이상의 이른바 간부 경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개 경찰서에서 근무 경찰 중 20대는 14명에 불과했으며 순경과 경장은 25명뿐이었다. 광주 5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의 경우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1298명의 현장 경찰 중 50대 이상은 525명으로 40.4%를 기록했다. 이는 전남 5개 경찰서와 비교할 때 8% 가량 낮은 수치다. 경위 이상 간부 경찰 역시 20% 이상 낮았다.
광주를 둘러싼 전남 5개 경찰서의 지역 경찰 상당수가 나이 든 경찰로 채워진 배경에는 지방경찰청 등에서 근무 경찰서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근무지 변경 신청 순서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은 다른 조건이 유사한 경찰이 같은 근무지 근무를 희망할 경우 근무지 변경 신청을 먼저 한 경찰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 전남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젊은 사람으로 지역 경찰을 구성하려고 하더라도 사람이 없어 불가능하다"며 "도시 인근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지난 2018년 12월 말 기준 경찰서 등에서 내근하는 경찰과 지역 경찰의 평균 연령이 각각 만 40세와 만 41세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할 때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서는 지역 경찰로 근무할 경찰을 선정하는 과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찰들 역시 아이들이 커갈수록 광주 등 도시와 인접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나이 든 경찰이 도시 인근에서 밀집돼 근무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본청에 지역 경찰 근무 규칙 변경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