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모습(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9일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기업의 자발적인 출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를 풀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해온데 대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입장 하에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오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수용 여부와 함께 오는 28~29일 오사카 G20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 개최 등 한일관계가 개선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은 수용불가 입장을 한국에 전달했다고 밝혔고 피해자 및 기업들의 수용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자사들 간의 화해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정부는 일본 측이 이런 방안을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한 바 있는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 협의 절차의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으며, 이런 입장을 최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조세영 1차관이 지난 주말 일본을 비공개로 방문해 이런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참여 대상 기업은 강제징용에 책임있는 일본 기업과 수혜를 입은 한국 기업들을 염두에 두고 있고, 확정판결 받은 피해자들이 위자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도 본인들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금액은 현재까지 일본제철 4억원, 미쓰비시중공업이 2건 9억6천만원 등 총 13억6천만원이다.
대법원에는 또 후지코시, 히타치 등을 상대로 한 7건의 사건이 계류돼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인간의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피해자가 고령이기에 구제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하고 강제집행 조치보다는 당사자가 화해를 통해 해결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맔했다.
또 "한일 기업의 분담 비율, 재원 규모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며 "확정판결 받은 피해자들이 (기업 출연) 위자료를 받을 것이냐 강제집행에 들어갈 것이냐 하는 문제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일본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정부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NHK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기자들에게 "한국 측의 제안은 한일관계의 법적 기반이 되는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을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반응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며 "일본 측의 진지한 검토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면 일본 정부도 막을 길은 없을 것"이라며 "실제 협의가 진행되더라도 징용문제 자체를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한국 정부가 지난 8개월간 아무 것도 안했던 점에 비춰보면 그나마 한일관계 경색을 풀 수 있는 모멘텀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