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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띠 메고 거리 나선 검은 옷 홍콩 엄마들 "내 아기가 시위참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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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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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집회에 또다시 시민들 대거 참여
"미래 세대 더 나은 미래 위해 악법 철회되야"

홍콩 검은옷 시위(사진=유튜브 캡처)

 

30도에 습도마저 높은 숨막히는 날씨, 여기에 한낮의 내리쬐는 햇볕도 홍콩 시민들을 막을 수 없었다. 16일 낮부터 홍콩의 주요 도로는 검은 옷차림의 홍콩인들로 넘실거렸다.

지난 9일에 이어 16일에도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홍콩 매체들은 홈페이지에서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 시위 참여를 꺼려하는 홍콩인들이 왜 이번 시위에 이처럼 적극 나서는지를 집중 탐구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위는 아기 엄마부터 중·고등학생, 청년층, 직장인, 은퇴자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명실상부 ‘모든 홍콩인’들이 참여한 집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SCMP와 인터뷰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이었다.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웡씨는 7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시위에 참석했다. 웡씨는 자신의 아이가 바로 시위에 나온 이유라며 “제 아기가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두려움 속에 살 필요가 없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며 홍콩 도심을 행진하던 한 시민이 '학생들은 폭동을 저지르지 않았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그 옆에서 한 경찰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홍콩=연합뉴스)

 

한 살배기 딸을 아기띠로 가슴에 고정시킨 채 5시간 가까이 거리를 걷고 있는 새미 리(35)씨는 딸 때문에 지난 주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딸을 안고 몇 시간째 걷느라 허리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시위 참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 딸을 위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또 거리에서 시위대에 폭력을 행사한 경찰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2살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참석한 샐리 츠씨는 “젊은이들이 이미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어머니들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람 장관이 “어머니는 버릇없는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다”며 시위대를 ‘버릇없는 아이’에, 자신을 어머니에 비유한 것을 두고 “젊은이들에게 고무총을 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16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 인근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지난 12일 시위 때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했다. 홍콩 언론은 이날 시위 참여 인원이 1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했다.(홍콩=연합뉴스)

 

공예품 제작가인 쳉(25살)양은 시위 도중 추락사한 홍콩 시민을 기리며 “어제 정부로 인해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하고 나도 나와야만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캐리 람은 우리를 폭도들이라고 부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자지간인 리와이포(80)씨와 애런 리(30)씨는 지난 주 일요일과 이번 집회를 제외하고는 이런 시위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리와이포씨는 캐리 람 장관이 정말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람 장관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카톨릭교도나 기독교도들은 일요일을 맞아 집회장소에서 예배를 마치고 행진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톨릭 교도 수백명은 이날 카톨릭 홍콩 교구 샤즈청 요셉 주교가 주최한 빅토리아 파크 일요 예배에 참석한 뒤 정부 청사까지 행진에 참여했다. 프란시스코회 소속의 루시 수녀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식수와 필요한 물건들을 제공했다. 루시 수녀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목소리를 내야 할 의무가 있고 도시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 희망을 주기 위해 찬송가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신자인 찬푸잉(40)은 “정치는 우리의 생활과 분리될 수 없고 우리의 삶은 우리의 믿음과 분리될 수 없다”며 시위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 검은옷 시위(사진=유튜브 캡처)

 

이날 시위에는 홍콩인들만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타이완(臺灣)에서 왔다는 수(23)씨는 이날 아침 비행기 편으로 홍콩에 도착해 시위에 참여한 뒤 다음날 기말 시험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씨는 “타이완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홍콩은 자유가 필요하다”며 “나는 타이완의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홍콩의 투쟁을 지지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캐리 람 장관의 중학교 동기들도 시위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람 장관의 모교인 홍콩의 세인트 프란시스 캐노시안 칼리지 동문 40여명은 시위에 참석해 자신들의 동창인 람 장관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고 장관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호치콴(67)씨는 “람이 ‘사랑의 진리에 따라 살아라’는 우리 학교의 원칙을 배반하고 비무장의 학생들을 탄압해 손에 피를 묻혔다”고 비난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16일(현지시간)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홍콩=연합뉴스)

 

무더위 속에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위해 자신들이 파는 물건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상인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광둥식 디저트 전문점을 경영하고 있는 창(25)양은 헤네시로(Hennessy Road) 중간에서 시민들에게 시원한 수박을 나눠주며 기운을 북돋았다. 창양은 가게점원 7명이 모두 나왔다며 “시위대를 도와주고 싶어서 수박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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