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증거를 위조·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원들이 첫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증거인멸과 관련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본류'인 분식회계 혐의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오는 18일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의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의 증거인멸 혐의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삼성바이오의 안모 대리 등 총 5명의 공판준비기일이 함께 진행된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지적한 후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증거인멸 계획을 모의하고 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삼성바이오의 보안담당 직원인 안씨를 체포해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을 뜯어 회사 공용 서버와 직원 노트북 수십 대를 숨긴 사실과 해당 장소, 지시한 윗선 등을 확인했다.
에피스 임원인 양 상무와 이 부장은 직원 수십명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합병', '미전실' 등 검색어를 넣어 문제 소지가 있는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회사의 가치평가가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혐의도 있다.
삼성바이로직스의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위조하거나 인멸한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찰은 이러한 과정에 삼성전자 핵심 TF 임원인 백 상무와 서 상무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이달 12일에는 그보다 윗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김홍경 부사장과 인사팀의 박문호 부사장도 구속기소됐지만 아직 재판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지난 11일 검찰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해 17시간가량 조사한 후 돌려보냈다. 증거인멸과 관련해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히려는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분식회계 혐의를 다시 정조준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삼성 임직원이 아닌 압수한 자료나 주변 인사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다. 앞으로는 증거인멸이 아닌 회계 조작 등 본류와 관련 있는 혐의로 삼성 임원들을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식회계가 삼성바이오의 단순한 회계 규정 해석 오인·실수가 아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이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관계자 등이 대거 불려나오게 될 수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태껏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삼성 측은 지난 14일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측은 "증거인멸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경영에 차질이 빚어져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번주 첫 재판을 앞두고 최대 부사장 선에서, 증거인멸 의혹에 한정해 책임을 표명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조만간 정 사장을 다시 불러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