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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지해주세요" 국내 캠퍼스까지 번진 '홍콩 시위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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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홍익대 번화가에서 유학생 수십명 피켓 시위
주요 대학가에 '지지 호소' 대자보 붙어
中 학생들 엇갈린 반응…"시위 지지" vs "정부 결정 수용"

유학생 수십명이 지난 13일 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번화가에서 피켓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허용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 사태의 열기가 한국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국내 홍콩 유학생들은 자국 시민들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게시하는 한편,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밤마다 집회도 이어가고 있다.

◇유학생 수십명 매일 홍대 모여 "홍콩 시위 지지"

논란의 법안은 형사 범죄자를 중국 등에 인도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최근 홍콩 시민들은 중국이 이 법을 악용해 반중(反中) 인사 등을 잡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대규모 시위를 이어왔다.

홍콩 행정부는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에 나섰다가 사태가 격화되자 일단 법안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철회 요구'로 맞서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유학생 50~60명이 모였다. 이들 대부분은 홍콩에서 왔지만 한국 학생들과 중국, 대만 유학생도 있었다.

이들은 '범죄인 인도법 반대', '홍콩 경찰이 시민에게 총 쏜다', '홍콩 정부 103만명 반대 무시' 등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2시간 넘게 집회를 이어갔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홍콩 시위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인근 번화가를 행진하기도 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유학생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영상을 찍었다. 설명을 듣고 힘내라는 응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홍콩 유학생은 태블릿 PC로 외국 방송 뉴스를 직접 틀며 설명했다.

지난 13일 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번화가에서 열린 피켓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들. (사진=박하얀 수습기자)

 

이들은 지난 11일 밤부터 같은 장소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유학생 300여명이 모여 집회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어학당에 다니는 장가청(24·홍콩)씨는 "무엇보다 경찰의 폭력성에 홍콩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여자나 아이들, 기자까지 때리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경찰은 강경 진압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열 달째 워킹홀리데이 중이라는 줄리아(27·홍콩)씨도 "페이스북에서 보고 왔다. 홍콩 정부가 법안 처리를 포기할 때까지 계속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김우현(22·서울대 2년)씨는 "홍콩 유학생이 쓴 대자보를 한국어로 번역해 각 학교 에브리타임에 홍보하고 학교 게시판에도 붙이고 있다. 앞으로 서명운동과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만에서 온 판모(30)씨는 "중국과 홍콩은 '일국양제'라지만 사실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홍콩 사태를 보면서 비슷한 처지인 대만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했다.

한 국내 대학가 게시판에 홍콩 시위 지지를 호소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사진=독자 제공)

 


◇대학가에 '홍콩 시위' 대자보…중국인 유학생들 반응은 엇갈려

홍콩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지해달라는 대자보는 고려대와 건국대, 서강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 서울 시내 곳곳 대학에 붙었다. 대자보에는 '같이 공부하던 홍콩 유학생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6월 민주 항쟁이 홍콩에서 일어났다' 등 내용이 담겼다.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반대'가 핵심인 홍콩 시위를 바라보는 중국 유학생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논란의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중국 국적 김택(23)씨는 "중국인 입장에서 억울하다. 중국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범죄를 저지른 사람(송환)을 요구할 수 없게 돼 있다"며 법안 동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시위가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김씨는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서 미국이 제시했던 증거들은 홍콩에서 나온 자료일 것"이라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홍콩에서의) 스파이 활동이 너무 심해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게시판에 홍콩 시위 지지를 호소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박하얀 수습기자)

 

중국인 장모(27·서울대 인류학과 석사과정)씨는 "이번 일은 중국보다 홍콩 입장에서 보는 게 맞다"면서도 "중국 학생 대부분은 중앙 정부를 지지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홍콩·중국 유학생 간 미묘한 갈등 기류도 읽힌다. 최근에는 서강대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중국 유학생이 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다만 유학생들은 중국 현지 언론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 만큼은 입을 모아 비판했다. 장씨는 "유튜브나 웨이보, 위챗 등에 홍콩 시위 관련 콘텐츠가 없다"며 "신문이나 방송 보도도 없는 중국과 달리 대만은 활발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학생 등 한국에 사는 홍콩 시민들은 15일에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에 모여 행인들에게 '한국인에게 전하는 공개서한'이라는 글을 나눠주며 시위 지지 서명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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