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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장로들은 왜 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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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장로. 얼굴에 1도 화상 입어... "5명 집단적 행동에 위압감 느꼈다"
수석 장로 "대표기도인데, 교회에 긍정적인 기도 해야지..."

명성교회 특별새벽집회 (자료사진)

 

서울 명성교회에서 장로들 사이에 폭력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불법세습 사태가 가져온 교회 내 갈등의 한 단면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에서 28년 간 시무장로인 정 모 장로는 지난 7일 이 교회의 새벽예배 직후인 7시 쯤 당회실에서 5명의 장로들을 만났다.

정 장로는 이들과 대화를 하던 중 한 장로가 욕설을 하고는 커피가 든 컵을 집어던져 얼굴에 맞았다고 말했다.

정 장로는 이로 인해 오른쪽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는 등 1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안경을 쓰지 않았다면 자칫 눈을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당회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던 걸까.

정 장로는 이틀 전인 지난 5일 이 교회 수석장로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장소에는 장로 4명이 더 나와 있었다.

지난 2일 주일예배 때 정 장로가 한 대표기도가 문제였다. 정 장로의 기도가 대표기도로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거다.

“제 기도가 교인들을 아프게 했다길래, 내 기도가 뭐가 잘못이었냐고 물었더니, 000 장로가 ‘이 새끼가’ 하면서 웃통을 벗고 뜨거운 커피가 들어있던 컵을 얼굴에 던지는 거예요. 그리고 또 다른 장로는 '왜 당회장님 위한 기도를 하지 않았냐'면서, 교단헌법에 장로가 담임목사 위해서 기도하게 돼 있다는 거예요.”

이 사건과 관련해 수석장로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한 사람의 감정이 격해져서 홧김에 마시다 남은 찻잔을 던진 것이라면서, 구타를 한 것도 아닌데 집단폭행 운운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해명했다.

정 장로는 당시 커피세례에 모욕감이 들었지만 장로들의 집단적 행동에 더 큰 위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일 이후 5명의 장로 누구도 피해자에게 사과 하지 않았다. 정 장로는 커피를 얼굴에 쏟은 000 장로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다.

◇ 주일예배 대표기도 어땠길래...?
"보여주기식, 기득권 위한 기도 안돼..평화에 기여하는 기도여야"

이 대목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피해를 당한 장로가 어떤 기도를 했길래, 다른 장로들이 집단으로 찾아와 문제를 제기했는지이다. 정 장로가 지난 2일 주일예배 당시 했다는 대표기도의 내용을 살펴봤다.

“우리교회로 인한 한국교회의 갈등과 분열이 멈추고 치유되고 회복되는 은혜를 주시옵소서“

명성교회는 교단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임목사직 세습을 감행하면서, 교단은 물론 교계와 사회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장로는 명성교회를 향한 이같은 외부의 비난과 돌팔매가 멈추고, 명성교회도 더욱 겸손해지는 은혜를 간구했다.

그리고 한국교회를 리드하던 명성교회가 지난 2년 동안 많은 아픔과 상처를 받았다며 기도를 이어갔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우리교회는, 너무 많은 아픔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우리의 많은 친구들이, 그 아픔을 견디지 못해 교회를 떠났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 떠나갔던 성도들이 다시금 교회로 돌아와, 제 2의 부흥시대를 열게 하여 주시옵소서.”

정 장로의 기도는 설교말씀을 듣는 교인들의 치유와 회복의 은혜를 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원로목사나 담임목사에 대한 간구는 없었다.

이 기도에 대해 수석장로는 교인이 너무 빠져나간 것처럼 기도해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정 장로가 마치 우리교회가 빈 집도 아닌데 교인이 엄청 줄어든 것처럼 비통해하면서 기도했다. 공중기도(대표기도)의 경우에는 교회에 긍정적인 그런 기도를 해야 하는데 너무 심각하게 했다”면서 “우리는 상식적인 기도를 하라고 요구했던 것인데 정 장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성교회는 교인 감소에 민감한 상황이다. 교인들은 ‘목회세습’을 대부분 지지하고 있다는 게 교회 측의 주장인데, 이로 인해 교인이 감소했다는 것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출신 교인들로 구성된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한동안 주일예배 출석 상태를 수작업으로 분석한 바 있다.

명성교회가 불법세습한 직후인 지난 2017년 11월 2만 명 안팎이던 주일예배 출석교인(성인기준)이 지난 해 9월 말 기준으로 1만5천 명 수준, 약 5천 명 정도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담임목사를 위한 간구가 없었던 것을 문제 삼은데 대해서 수석 장로는 “설교하는 목사에 대해서 기도하는 게 예의 아닌가. 그러나 일체 그런 기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한 관계자는 “우리교회의 모든 예배 대표기도에서는 항상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위해 기도한다”며, “그것은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주일예배 대표기도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시무장로가 담임목사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예장통합총회 헌법 조항도 없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이은주 목사는 “성서가 말하는 대표기도의 형식은 따로 없다”면서 “다만 성경은 중언부언 하지 말고, 기득권을 위한 기도, 보여주기식 기도 등을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목사는 “성서의 기준에 따라 공동체를 위한 기도, 특히 남을 배제하지 않고 약자를 포괄하는 평화에 기여하는 기도를 하나님이 원하신다”고 말하면서, 정치적 편향성이나 분열을 일으키는 기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교인들, 공개 해명 요구.. 김삼환 목사 개입 의혹 제기

정 장로에 대한 폭행 사실은 교회 안에 퍼져나갔다. 명성교회 현 교인들로 구성된 명성교회평신도연대(이하 명신연)는 수석장로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사건의 경위와 원로목사, 담임임목사, 당회의 공식 입장과 향후 조치 등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당회실 주변 CCTV 영상 보존도 요청했다.

특히 명신연은 “이러한 폭행사건은 특정한 지시와 사전모의, 계획 없이 발생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며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폭력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새벽예배에서 김삼환 목사가 피해자인 정 장로에 대한 인신공격과 겁박성 설교를 했다고 주장했다.

명신연은 오는 14일까지 1차 답변을 해달라며 명성교회가 발행하는 소식지 ‘밝은 소리’를 통해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정 장로의 기도문에 대한 공청회도 제안했다.

한편 수석 장로는 원로목사의 개입과 관련해 “정 장로의 기도가 너무 이상해서 장로들끼리 논의를 해서 만나기로 한 것일뿐 원로목사에게 보고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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